빈 의자와 말을 하다

빈 의자와 말을 하다

어느 날, 목사는 병환중인 아버지를 위해 심방을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목사는 숙환중인 노인 댁을 방문했다. 병상에 누운 노인 곁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제가 올 것을 아시고 의자를 준비하셨군요?"

목사의 질문에 노인은 대답하였다.

"사실은 제가 어느 목사님께 기도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기도를 잘하는 법] 이란 책을 주셨지만, 너무 어렵길래 마침 병 문안차 방문한 친구에게 '자네 기도하는 방법을 내게 알려 줄 수 없겠나?' 물었지요. '이 친구야! 기도하는 방법은 따로 없네! 자네 옆 빈 의자에 주님이 앉아 계시다고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을 의자와 나누면 그게 기도라네! 친구가 말하더군요."

노인은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가족이나 친지들이 오면 대화를 잠시 멈추지요. 자칫하면 나를 치매 환자로 알고 정신병원으로 보낼까봐 그런답니다. 처음에는 빈 의자와 대화 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쉬지 않고 대화를 계속하니 하나님은 빈 의자에서 미소를 지으며 내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들어주시더군요."

며칠 후 목사는 그 노인의 따님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새벽, 아버님은 빈 의자에 엎드린 채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 백야 님, '빈 의자와 말을 하다' -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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