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야 산다 !
뒤집어야 산다 ! [중앙일보] 정진홍 논설위원 # 바야흐로 본격적인 꼬막 철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남도의 밥상에는 어김없이 꼬막이 오른다. 전남 보성군 벌교 앞 바다를 여자만(汝自灣)이라 부르는데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좌우로 감싸고 있는 이 만의 갯벌은 모래나 황토가 거의 섞이지 않아 예부터 꼬막 서식에 최적지로 꼽힌다. 우리나라 꼬막의 93%는 전남, 그중에서도 여자만에 접한 벌교가 주 생산지다. 그냥 삶기만 해도 그 특유의 짭짜름한 맛과 쫄깃한 육질을 내는 꼬막. 특히 차지고 차진 벌교 갯벌에서 캐낸 꼬막은 유독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깊은 맛이 나기로 유명하다. # “벌교에서 물 인심 다음으로 후한 것이 꼬막 인심이었고, 벌교 오일장을 넘나드는 보따리장꾼들은 장터거리 차일 밑에서 한 됫박 막걸리에 꼬막 한 사발 까는 것을 큰 낙으로 즐겼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엔 심심치 않게 꼬막 얘기가 등장한다. 박노해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도 ‘꼬막’이란 시가 실려 있다. # “벌교 중학교 동창생 광석이가/ 꼬막 한 말을 부쳐왔다// …친구야 고맙다/ 나는 겨울이면 니가 젤 좋아부러/ 감사전화를 했더니/ 찬바람 부는 갯벌 바닷가에서/ 광석이 목소리가 긴 뻘 그림자다//우리 벌교 꼬막도 예전같지 않다야/ 수확량이 솔찬히 줄어부렀어야/ 아니아니 갯벌이 오염돼서만이 아니고/ 긍께 그 머시냐 태풍 때문이 아니것냐/ 요 몇 년 동안 우리 여자만에 말이시/ 태풍이 안오셨다는거 아니여// 큰 태풍이 읍써서 바다와 갯벌이/ 한 번 시원히 뒤집히지 않응께 말이여/ 꼬막들이 영 시원찮다야// 근디 자넨 좀 어쩌께 지냉가/ 자네가 감옥 안가고 몸 성한께 좋긴 하네만/ 이 놈의 시대가 말이여, 너무 오래 태풍이 읍써어/ 정권 왔다니 갔다니 깔짝대는거 말고 말여/ 썩은 것들 한번 깨끗이 갈어엎는 태풍이 읍써어// 어이 친구, 자네 죽었능가 살았능가” # 꼬막 특유의 쫄깃한 육질의 비밀은 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