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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골목길

천천히 걸어 들어간 좁은 골목
그래피티(graffiti)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시선을 멈춘다.

벽에 기대어 선 이와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이의
실루엣이
나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현대의 복잡함과 다양함의 어우러짐
작고 좁은 골목길에서의 만남

수많은 다양성을 마주하며 살아가지만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가끔은
무겁게 걸려있는 빗장을 살며시 밀어본다.

- 이원주 님, '골목길' -

그래피티(graffiti)는 전철이나 건축물의 벽면, 교각 등에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외국과 달리 우리는 주로 강변의 통로 벽면에서 가끔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냥 스쳐가기 바쁜 일상에도 잠시 바라보고 느낄 수만 있다면 골목이나 그 벽면도 훌륭한 소통의 장소가 될 듯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세 발 자전거

세 발 자전거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몇 번을 시도 했음에도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해 배울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세 발 자전거가 생겼다. 두 발 자전거의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있고 바로 쌩~하니 달릴 수 있으리라. 세 발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설렘은 곧 두려움으로 변해 버렸다. 내 기억 속의 자전거는, 몸에 익숙해 있던 두 발 자전거이었기에.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가는 도중에도 나의 몸은 중심 잡기에 안간힘을 썼고, 핸들마저 흔들렸다. 기억 저편의 남아있는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세 발 자전거는 안전하고 넘어질 염려가 없다고 무수히 말했지만 두려움은 여전히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하루에 한 시간씩 한적한 숲길을 가르며 몸으로 체득하고 느끼며 잘못된 기억을 하나씩 지워갔다.

내 기억 속 두려움의 두 발 자전거를 안전한 세 발 자전거로 변환하기까지 진정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니며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 이원주 님, '세 발 자전거' -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꽃을 심자

꽃을 심자

작은 흠이 있는 와인 잔.
버릴 수는 없고 어린 꽃을 담았습니다.
외출 하는 길에 꽃이 보이면 한 송이 두 송이
사다가 함께 꽂아 두었습니다.
생김새나 품고 있는 향기는 모두 다르지만
그 어울림은 참 아름답습니다.
무엇이든 심을 수 있는 손바닥만한 땅이 있다면
꽃을 심으면 어떨까요.
그것마저도 없다면 화분에라도.
은은한 꽃향기에 날아드는 벌과 나비들,
소리 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까지
마음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답니다.

이곳 영국은 아름다운 꽃들의 축제가 열린 듯
수많은 꽃들의 향기가 넘쳐 납니다.
이 나라 문화의 일부분이겠지만
마트나 거리에서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꽃 한 아름 들고 지나가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 이원주 님, '꽃을 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