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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갱이 하나

모래알갱이 하나

경기 중이던 마라톤선수의 신발이 벗겨졌습니다.
재빨리 찾아 신었지만,
그는 달리는 내내
신발에 들어간 작은 모래알갱이와 싸웠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괴롭히는 작은 모래가 있습니다.
겉으론 평화스러워보여도
자신만이 아는 고민이나 갈등이 있고
될 듯 하면서도 약만 올리는 일 등,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골칫거리가 있습니까.

그러나 그건,
자신을 견뎌내기 위한 약간의 스트레스.
언젠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모래알갱이 하나에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자 애쓴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그 모래알갱이 하나가 온 정신을 지배했고
그것이 전부인 듯 매달렸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작은 점 하나였으며
그저 살아가는 과정이었노라고.

- 최선옥 시인


From 향기메일 by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

장미의 계절

장미의 계절


두 계절 동안 떠나지 않던 기침이 잦아들 즈음 어느새 봄이 왔다고 세상은 떠들썩했습니다.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기운을 차릴 무렵 철쭉이 한창이었습니다. 그러나 올봄은 하얀 꽃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흰 철쭉이 며 흐드러진 이팝꽃이 지더니 아카시아와 찔레가 달콤한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기분이 좋다가도 시시때때로 울적해지는 변덕처럼 다시 찾아온 기침. 올해는 이렇게 좋은 시절 가는가보다 생각하며 어느 집 담장을 지나는데 온몸에 피가 도는 듯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매년 보아왔던 풍경이었지만 붉은 장미가 가슴 저 안쪽에 불을 지피는 듯 속이 뜨거워졌습니다. 담장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넝쿨장미가 까르르 웃음을 쏟는 여학생들 같았습니다. 붉은 색이 왜 필요한지, 왜 다시 일어서야하는지 알았습니다.

힘들고 슬펐던 시절을 딛고 기진맥진한 몸과 마음에 수혈을 하는 늦봄. 이제 눈물보다는 주먹을 쥐고 힘을 내야 할 때입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부드러운 상상

부드러운 상상

'정말 소름 끼쳐. 그가 말했다. 사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개가 사진 안에서 짖는다면, 사진을 여름별장에 숨길 수 없겠어.'

- 헤르타 뮐러의 장편소설 '마음짐승' 중

문학이나 예술에서는 상상을 넘어 환상까지도 수용한다고 합니다. 뛰어난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을 보면서 우리가 표현해내지 못한 상상에 놀라곤 합니다.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기도 합니다.

네모난 틀에서 행동하고 네모나게 생각하는 삶이 때로 그 틀을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고정된 생각이나 고정된 행동이 어쩌면 삶을 지루하고 딱딱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부드러운 상상. 반듯한 네모가 아닌, 둥근모양이나 세모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출구가 있는 곡선이나 직선이 되기도 하는 융통성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것은, 독보적인 창의성일 것입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Sundries: 아름다운 사람

Sundries: 아름다운 사람

'메달이 없는 선수다. 올림픽 메달 때문에 여기 왔고, 도전도 했다. 결국 부족했다. 하지만 올림픽 때문에 많이 성숙해져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돼 긍정적이다.'

'이번이 마지막 경기다. 샤워하면서 내 몸을 봤는데 혈관이 다 보이더라.'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했던 이규혁 선수의 말입니다. 그가 숨찬 레이스를 마쳤을 때 늦은 밤이었지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메달이 없는 선수...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여섯 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해 혈관이 다 보일정도로 최선을 다한 그의 목에는 우리들이 마음으로 건네준 메달이 걸려있을 겁니다. 그는 진정 멋진 사람,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몇 번의 좌절로 쳐져있는 내게 그는 다시 일어나라는 웃음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설사 메달이나 상이 없다고 해도 혼신의 힘을 쏟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자랑스레 여겨도 되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습니다.

바닥까지 갔다며 일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다시 뛰어보라고 손을 잡아주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 최선옥 시인


'Sundries: 아름다운 사람'에서 옮긴 글입니다.

사과와 謝過

사과와 謝過

사과를 받았습니다.

그럴싸해 보이는 사과인데
왜 이리 맛없는 사과일까요.
'사과 맞아?'
겉은 사과인데
속은 내가 생각하는 사과가 아닙니다.

사과와 사과(謝過).
하와와 뉴턴과 스피노자와 빌헬름 텔과
백설 공주의 사과도.
눈만 뜨면 바라보는 그 네모난 사과도 아닌
謝過를 받고 보면
그것이 너무나 형식적이어서
불편한 사과일 때가 있습니다.
마치 맛없는 사과를 받은 듯 말이지요.

누군가에게 사과를 건네시려면
마음에 쏙 드는 사과,
정말 맛있는 사과를 전해보세요.
진정한 사과가 최고랍니다.
요즘 겉만 요란한 사과가 너무 많습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중심을 찌르지 못하는 말일진대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채근담 속 말씀입니다.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우리는 과거를 들추고 그 과거에 발목이 묶이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렇다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고리처럼 연결된 것일 테지요.

요즘, 무서워서 말 한 마디 제대로 하고 살겠냐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도 제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속은 안 그러면서도 겉은 합리적인 듯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사람이 더 와 닿기도 합니다.

본질은 사라지고 주변의 말들만 분분한 것은 핵심과 멀어진 말들을 쏟아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나타내고,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알게 하는 것이니 너무 한쪽으로 쏠림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을 변명하기보다는 내 생각이 이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변명하고 빠져나가려는 데서 갈등이 반복되는 듯합니다.

어쩌면, 침묵이 가장 편한 방법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 또한 기준에 따라 다르니 참 어려운 일입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낙타의 눈

낙타의 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몽골 고비사막. 유목민들은 이정표 없이도 묵묵히 길을 떠납니다. 적당한 장소에 도착하면 한사간이면 족히 지을 수 있는 이동식 집 '게르'를 짓습니다. 그리고 어린 낙타는 게르 주변에 매어놓고, 큰 낙타들을 데리고 물을 찾아 나섭니다. 실컷 물을 먹은 낙타는 위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몇 주를 물 없이도 견딜 수 있습니다.

낙타는 사막의 교통수단이자 짐꾼입니다. 철거한 게르며 살림, 그리고 사람을 태우고 갑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털을 방한용으로 내주고, 젖을 내주고, 최후에는 제 몸을 겨울식량으로 내줍니다.

낙타의 기다란 속눈썹 속 커다란 눈은 선한 이의 눈을 닮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낙타는 감정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울음소리는 한없이 애잔합니다. 낙타는 보통 생후 5년이 되면 새끼를 갖는데 출산 때가 되면 사람과 적을 피해 홀로 안전한 장소로 가 온몸을 뒹굴며 산고를 이겨냅니다.

그렇게 새끼를 낳고 온몸을 핥아주는 낙타.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본 낙타의 눈은 슬프고도 따스했습니다. 요즘 그 낙타의 눈이 왜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 향기님으로부터 받은 글입니다.

Sundries: 좋은 행복, 해로운 행복

Sundries: 좋은 행복, 해로운 행복

삶의 가치는 행복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행복은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어떤 종류의 것이냐에 따라 좋은 행복, 해로운 행복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심리학과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나쁜 행복'이 존재한답니다. 면역 조건이 동일한 8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사회적 교류나 성취감으로부터 오는 '목적지향적 행복'과 맛있는 것을 먹는 등 단순히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부터 오는 '쾌락적 행복'을 구분해 면역 세포에 차이가 생기는지 실험했답니다.

그 결과 쾌락적 행복을 느낀 사람들은 혈액 단핵구 세포에서 스트레스와 연관돼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염증발현 유전자가 증가하는 반면, 목적지향적 행복은 이 유전자가 억제된다는 것을 확인했답니다. 정신적으로는 쾌락적 행복이든 목적지향적 행복이든 똑같이 느끼지만 신체는 어떤 행복감인지 이미 인지하고 달리 반응한다는 것이지요.

쾌락적 행복감을 가질 때 신체는 감정적이고 무의미한 열량 소모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폭염과 열대야에 힘든 계절입니다. 그런데도 날씨 좋은 가을보다 독서량이 더 많다고 하는 통계를 보면 목적지향적 행복을 더 많이 느끼는 계절인 걸까요.

생각하기 나름, 이 여름도 얼마든지 즐겁게 보낼 수 있을듯 합니다.

- 최선옥 시인


'Sundries: 좋은 행복, 해로운 행복'에서 옮긴 글입니다.

Sundries: 소금

Sundries: 소금

맛있게 먹을 때는 몰랐는데 내내 갈증이 나서 물만 찾는 경우가 있다. 찌개라든가 볶음, 찜 등 입에 당긴다고 계속 먹다보면 오는 현상이다. 다음날 아침까지 몸이 부석부석하고 무겁다.

그동안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우선 지방과 설탕을 꼽았지만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과학자들은 소금을 꼽는다고 한다. 김치, 젓갈류, 장아찌, 찌개 등 우리가 즐겨먹는 반찬 대부분이 나트륨 함량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까지 하루 나트륨 섭취 20%(소금 2.5g) 줄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세계 주요국 중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소금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 내 몸에는 약간 부족한 듯해야 하는 소금이다.

- 최선옥 시인


'Sundries: 소금'에서 옮긴 글입니다.

실력으로 말하자

실력으로 말하자

'정해진 해결법 같은 것은 없다. 인생에 있는 것은 진행 중의 힘뿐이다. 그 힘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만 있으면 해결법 따위는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명언입니다.

이 말이 요즘 특히 와 닿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힘은 실력이며, 실력으로 얻은 당연한 권리이며,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자신감이 아닐까합니다.

이런저런 말들은 많지만, 정작 어려움에 처했을 때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결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힘이 없다는 말일수도 있습니다. 설혹 실력으로 맞섰는데도 부당한 결과를 얻었다면, 언제든 그 부당함을 말할 수 있는 것이 힘이기 때문입니다.

실력으로 말하자. 이것처럼 당당한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드므를 아시나요

드므를 아시나요

봄을 만끽하기에는 고궁만한 곳도 없습니다. 요즘 그야말로 꽃 대궐이지요. 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산책하다보면 근심걱정은 싹 달아나고 옛 시간과 현재가 어우러지는 오묘한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볼 것도 귀담아 들을 것도 많아서 사진으로 담아두려는 이들이 줄을 섭니다.

그중, 건물 네 귀퉁이에 놓여있는 청동빛깔의 넓적한 독이 눈에 들어옵니다. 세 개의 손잡이 고리가 달린 그것의 이름은 '드므'. 그곳에 담은 물을 방화수(防火水)로 썼다고 합니다. 불을 끄기 위한 용도였겠지만, 주술적인 의미로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모두 잠든 밤, 화마(火魔)가 슬며시 내려왔다가 드므에 얼굴을 비춰보고는 제 험상궂은 얼굴에 놀라 도망을 간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드므가 있어서 그것에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을까요. 그 드므는 무형의 거울, 양심의 거울이어서 자신을 비춰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이겠지요.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양심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 최선옥 시인


from 사색의향기님

여행에 필요한 두 가지

여행에 필요한 두 가지

'인도 여행에 필요한 건 두 가지였습니다. 버리기. 그리고 준비하지 않기. 버려도 지장 없는 건 죄다 팔아치웠는데 뜻밖에 내가 가진 것 중에 필요한 건
칫솔정도라는 걸 알겠더군요. 개운했어요. 준비하지 않는다는 건,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일절 들이지 않는 거였어요. 정보가 많을수록 안심은 커지지만 실상은 멀어지지요. 열 사람이 똑같은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았을 경우, 다 똑같아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요즘 같은 정보화 사회의 여행은 이 병이 무섭도록 깊습니다.'

'인도방랑'의 저자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은 그래서 특별합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진정한 여행이란 어디를 다녀왔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느끼고 왔는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관광이 아닌, 여행 말이지요. 삶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타인의 획일화된 가치나 기준의 관광 같은 삶을 벗어나 나만의 가치로 특별하게 살아가는 여행 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겠지요.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무화과

무화과

선잠을 따라 아뜩히 건너온 당신의 앓는 소리는
슬픈 노래 끝에 잦아드는 후렴이었네

앞섶을 파고드는 어린것 떼어내며
곧 돌아올게, 손 약속을 했다고
남몰래 젖몸살 앓으며 여름 길을 뛰었다고
신음 섞어 자장가 아닌 자장가를 불러줄 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더라고, 당신의 종잇장 같은 품이 그립더라고
후련히 쏟아내지 못한 말들

당신의 봄날 궁금해 물으면
네가 내 봄날이지, 네가 내 꽃이야
웃음으로 넘기던 당신이 못내 측은해
끙 돌아누우며 억지 잠 불러들이곤 했네

버스터미널 옆 장터
먹어봐, 벌건 속이 바로 꽃잉께
노파의 주름진 손이 건넨 무화과 달게 베어 물 때서야 알았네

모진 시간으로 싹 틔운 생의 씨앗 애지중지 가슴으로 꽃피운 그때가
당신의 봄날이었음을

- 최선옥 ,'무화과' -

요즘 무화과가 한창 맛이 들었지요? 눈에 띄게 예쁘지도 않고 강한 향을 지니지 않았어도 속에 감춘 뜨거운 그 무엇이 있는 무화과입니다.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둔 사랑도 무화과 그 속을 닮지 않았을까요. 잘난 것, 보여주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요즈음 남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채워가는 사람들이 좋아 보입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나무에게서 배우다

나무에게서 배우다

'못 생긴 나무가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잘 생긴 나무는 목재이고 못 생긴 나무는 분재다. 목재는 주로 비옥한 땅에 떨어진 씨앗이 별다른 고생 없이 자라서 된 나무다. 이에 반해서 분재는 씨앗이 척박한 땅이나 바위틈처럼 악조건에서 성장하는 나무다.'

유영만 님의 '향기칼럼'을 읽으면서 사람도 이와 같을까 생각해본다. 유달리 타고난 조건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반면 열악한 환경과 악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이도 있다. 그렇다고 어느 삶이 더 행복하고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나름의 희로애락이 있기 때문이다. 삶을 보는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다. 그리고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나 여건이 희망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씨앗이 떨어지는 곳이 곧 자신의 삶의 터전이다. 비옥한 땅에 떨어지든 척박한 땅에 떨어지든 일단 땅에 떨어진 씨앗은 최선을 다해 싹을 틔우고 줄기와 가지를 뻗어 꽃을 피우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열매가 맺히고 다시 종족보전을 할 수 있는 씨앗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며 또 깨우친다. 주어진 조건을 탓하지 말자고. 이 상황을 충분히 즐기고, 모자라는 것은 차근차근 채워나가자고.

- 최선옥 시인


받은 글입니다.

악수

악수


"악수란, 손바닥의 오랜 무늬를 또 다른 무늬로 읽어보는 것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대는 순간 요약된 그의 생을 건네받는 것"이라는 어느 시인의 아름다운 시처럼, 악수는 잠깐이지만 상대방의 내력이 읽혀지기도 한다. 손이 거친지 아니면 부드러운지에 따라 그 사람의 직업을 더듬을 수 있고 따뜻하거나 차가운 정도로 건강상태까지 알아챌 수 있다.

반가움의 표시로 나누는 악수에도 나름의 순서가 있다. 여성이 남성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기혼자가 미혼자에게,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관례다. 국가원수나 성직자, 왕족은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악수는 상호대등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악수를 하면서 지나치게 허리를 굽히거나 절을 하기보다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라고 한다.

오늘도 수많은 손과 손이 맞닿으면서 친분을 쌓고 서로 정을 나누는 하루가 되리라.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밥심 (최선옥)

밥심


가을 들녘, 추수를 마친 논도 있고 아직 볕을 더 쬐고 있는 벼들도 보인다. 누런 벼들만 봐도 마음은 풍요롭고 햅쌀로 지은 밥을 눈앞에 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햇것이라는 싱싱하고 찰진 느낌에다가 밥심으로 산다는 어른들의 말을 반찬으로 얹어 한술 뜨는 가을이 맛있다.

밥심으로 산다. 그 말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한다. 지금은 굳이 밥이 아니더라도 빵이나 기타 음식으로 배를 채울 것이 많다. 하지만 뱃고래가 든든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밥에 기대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쌀이 어떻게 해서 집까지 오는지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아야 하는지 듣기는 하지만 시대가 변한만큼 잘 모르는 자녀들도 많다. 가을들녘을 지나갈 경우 꼭 한번은 일러주시라. 쌀의 힘, 그리고 밥심에 대해서.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남산 한옥마을

남산 한옥마을

서울탐방가이며 칼럼니스트인 윤재석 님. 서울에서 태어나 군복무와 미국 5년 거주를 빼고는 수십 년째 서울 토박이로 사는 그가 풀어내는 서울이야기는 자못 흥미롭다. 이야기를 듣거나 읽다보면, 이토록 내가 사는 곳에 무관심했었나 싶기도 하다.

"남산 한옥마을은 한국의 연극, 놀이, 춤 등이 공연되어 옛 문화를 접하며 배울 수 있는 장소다. 무엇보다 압권은 수시로 진행되는 전통 혼례. 혼례엔 유독 벽안의 신부나 신랑이 많은데, 그건 아마도 한국인 배우자의 강한 입김 탓이라 사료된다. 재밌는 것은 그 어려운 혼례 법도를 하나하나 따르는 외국인 신랑(또는 신부)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는 점이다."

그의 글처럼 전통 혼례는 쉽게 보기 어려운 만큼 아이들과 함께 들러 여러 문화체험과 곁들이면 좋을 듯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는 더더욱 가볼만 한 곳이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소박한 담의 아름다움

소박한 담의 아름다움

담은 낮고 소박할수록 정이 간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예 담을 없애기도 하고 위압적인 높은 담을 낮추기도 한다. 예전의 철망이나 뾰족한 유리로 겁을 주던 담은 찾아보기 힘들다. 담을 허물거나 낮추는 것은 서로 소통하고자 함이요, 너와 나의 경계를 지우고자 함이다. 돌담이나 흙담 앞에서 편안한 모습의 사진을 담는 것도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담의 소박함과 따스함 때문일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은 기와집과 초가의 어울림이 주는 멋스러움도 있지만, 흙담이 주는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마을 형상이 물 위에 떠있는 연꽃 모습이라 돌담을 쌓으면 무거워서 가라앉는다는 속설 때문에 집마다 흙담을 쌓았다고 한다. 비가 와서 젖거나 쓸려 내려가 담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와를 얹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담 밑에 옹기종기 핀 봉숭아며 노란 키다리꽃 그리고 백일홍을 보면서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낮은 담은 담 너머로 보이는 자연을 매일 느끼고자 하는 마음과 담을 기웃거리는 이웃과 소통하고픈 마음이 만든 배려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잘 먹자

잘 먹자

땀을 많이 흘리고 쉬 피로해지는 요즘이다. 이럴 때 잘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양식을 찾는 모습들을 자주 보곤 한다. 그러나 잘 먹는다는 것은 배불리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자연식을 먹으라는 말이라고 한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져서 간혹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잦아 걱정하는 말일게다.

요즘 일인가구도 많고 직장업무로 바쁘다보니 음식에 대해 소홀한 경우도 흔하다. 어느 잡지에서 보니 직장인이 하지 말아야 할 습관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꼽았다. 음주하면서 흡연하기, 아침 거르고 점심 폭식하기, 원푸드 다이어트하기, 다리 꼬고 컴퓨터 업무하기, 점심 때 라면 먹기, 스트레스 쌓일 때 먹는 것으로 풀기 등이다. 이런 습관들은 자칫 평생을 따라다닐 수 있다고 하니 바른 습관을 들이는 일이 새삼 중요함을 느낀다.

삶의 질을 올리는 식습관 갖기.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기울여봐야겠다.

- 최선옥 시인


받은 글입니다.

늘 새롭게 맞는 하루 (최선옥)

늘 새롭게 맞는 하루

키스데이!

약간은 호기심이 일면서도 "무슨 해괴한 문자야." 중얼거리며 다음을 읽었다.

오늘만 립스틱 00%할인!

기묘한 상술에 씨익 웃으면서도 '키스'라는 단어에 묘한 여운을 느낀다. 6월 14일이 키스데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탐스러운 입술이 연상되며 그 달콤함을 상상해보았다.

누군가 물었단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키스가 무엇이더냐고. 답은?

첫 키스.

오, 그래 맞다. 설렘과 호기심 묻은 첫 키스야말로 가장 달달한 키스다. 그러나 아직 깊음을 알기에는 조금 부족한.

첫 키스의 달콤함 같은 설렘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늘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의 연속이다. 그래도 뭔가 새로움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오늘을 맞아보자. 비록 키스데이는 모르더라도.

- 최선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