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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리더 뒤에 참다운 스승이 있다

훌륭한 리더 뒤에 참다운 스승이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있을 때 누구나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저 멀리 등불이 보이기 시작하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길을 바로 찾아가게 된다. 그 등불이 바로 인생의 스승이다. 참다운 스승을 만나면 바른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스승의 말을 잘 따르면 성공의 길이 열린다.

중국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태자 시절 이름은 발(發)이었다. 그의 아버지 서백(西伯)은 문왕(文王)인데 덕으로 다스려 주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 뒤를 이어 즉위한 무왕은 군사를 길러 제후들을 그 아래 굴복시키고 천하를 통치하였다.

이처럼 주나라는 문왕과 무왕 시절에 가장 부흥한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이 두 왕으로 하여금 덕치주의 정치를 하도록 한 사람은 바로 태공망(太公望)이었다.

태공망의 성은 강씨(姜氏)였고, 이름은 여상(呂商)이었다. 동해 바닷가 태생인 그는, 당시 은나라 주왕의 포악한 정치를 혐오하며 아예 관직에 나가지 않은 채 초야에 묻혀 낚시질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주나라 문왕이 사냥을 나가기 위해 점을 쳤다는데, 그 점괘가 이렇게 나왔다.

‘획득하는 것이 용(龍)도 아니고 이(彲-뿔 없는 용)도 아니며, 호랑이도 아니고 비(羆-큰 곰)도 아니며, 패왕의 보좌가 될 사람이다.’

그날 문왕이 사냥을 나갔을 때 여상은 위수(渭水)의 강가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다. 잠시 대화를 나누어 보던 문왕은 강태공의 비범함을 보고 점괘에 나온 바로 그 인물이라 생각하였다.

“나의 선군인 태공(太公)께서 ‘마땅히 성인이 있어 주나라로 오게 될 것이며, 주나라는 이미 인물을 얻어 훌륭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신이 바로 그분이오. 나의 태공이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소.”

문왕은 여상을 극진히 우대하였으며, 벼슬을 주어 주나라로 데려가려 하였다.

“제가 듣기로 서백은 현명하며, 또한 노인을 공경한다고 하던데 어찌 따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서백, 즉 문왕은 여상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여상은 하릴없이 낚시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줄 군주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여상이 그저 빈둥대며 낚시질만 하는 영감으로 알았던 그의 부인이 같이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여상은 늘 돈벌이 안 한다고 바가지만 긁어대던 부인과 함께 갈 마음이 없었다. 부인이 울면서 옷자락을 붙들고 매달리자 여상은 바가지로 물을 떠서 땅에 버리고 말하였다.

“이것을 다시 주워 담으면 주나라도 당신을 데리고 가겠소!”

부인은 여상의 말에 따라 땅바닥에 쏟아진 물을 바가지에 주워 담으려 하였으나, 이미 땅으로 스며든 물을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아내는 뒤늦게 출세한 남편 여상을 따라 주나라로 갈 수 없었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아무튼 주나라로 간 여상은, 이때부터 문왕이 말한 ‘태공(太公)’이 기다렸다’는 데서 기다릴 ‘망(望)’자를 보태어 ‘태공망(太公望)’이라 불리게 되었다. 흔히 그의 성을 따서 ‘강태공’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태공망은 병법과 지략이 뛰어났다. 그래서 문왕은 그를 스승을 삼았고, 태자인 발의 교육도 맡겼다. 문왕이 죽고 무왕이 즉위하였을 때, 그의 곁에는 태공망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즉위 9년이 되었을 때 무왕은 아버지 문왕의 묘소에 참배를 하고, 그 유업을 받들어 군사를 동방으로 진군시켰다.

이때 무왕은 문왕의 위패를 만들어 수레에 싣고 떠났고, 그 자신은 스스로 ‘태자 발(發)’이라 칭하였다. 이것은 곧 문왕의 명을 받아 정벌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태공망도 무왕을 보좌하여 출정하였다. 당시 무왕은 그를 ‘스승으로 존경하며 부친으로 우러러 본다’는 뜻에서 ‘사상보(師尙父)’라고 별도의 호칭을 정하여 불렀다.

무왕이 황하를 건널 때였다. 강 한가운데를 지나는데 백어(白魚)가 펄쩍 뛰어 왕의 배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사상보께선 이 흰 물고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흰색은 은나라의 색깔이니, 흰 물고기가 대왕의 배로 뛰어든 것은 은나라가 주나라에 복속될 징조입니다.”

황하를 다 건너가자 불덩어리가 상류에서 다시 하류로 돌아 무왕의 진영에 이르러서는 까마귀로 변하였다. 그 까마귀의 색깔은 붉었으며, 그 우는 소리는 매우 안정되어 느릿느릿하였다. 무왕은 다시 태공망에게 물었다.

“붉은색은 주나라를 뜻하며, 붉은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대왕이 패업을 완수하여 주나라가 번영할 것이라는 전조입니다.”

드디어 무왕의 군사는 동방을 정벌하여 맹진(盟津)에 이르렀다. 이때 뜻을 같이하기 위해 은나라를 배반하고 몰려든 제후가 무려 800명이나 되었다.

“이 기회에 은나라의 주왕을 쳐야합니다.”

제후들은 한결같이 주장하였다.

그러나 무왕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우선 사상보 태공망에게 은나라 주왕을 칠 것인가 물어보았다. 태공망은 제후 800명을 얻은 것만으로 족하니, 일단 돌아가 군대를 정비하자고 말하였다.

“그대들은 아직도 천명이라는 것이 은나라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 아직 때가 이르다.”

무왕은 태공망의 말대로 군사를 거두어 주나라로 돌아왔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은나라 주왕이 왕자 비간을 살해하고 기자를 감옥에 가두었다는 소식을 접한 무왕은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하였다.

이때 무왕은 점술가를 불러 점괘를 뽑아보았다. 불길하게 나왔다. 그리고 곧 폭풍우가 세차게 몰아졌다.

무왕은 망설였고, 제후들은 모두 떨었다.

그런데 이때 태공망이 나섰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때가 왔습니다. 아무리 점괘가 나쁘게 나와도 무르익은 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대왕의 운은 천하를 얻고도 남을 만큼 좋습니다. 은나라 주왕은 아무 죄도 없는 왕자 비간를 무참하게 살해하여 백성의 원성이 드높습니다. 어서 군사를 일으켜 주왕의 죄를 물으십시오. 그래야 천하가 대왕의 손에 들어옵니다.”

무왕은 태공망의 말에 용기를 얻어 드디어 은나라 주왕을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은나라를 정벌한 무왕은 궁궐 안의 녹대에 저장했던 금은보화를 꺼내고, 곡식창고에 저장했던 양식들을 풀어 빈민을 구제하였다. 그리고 무왕은 천하의 패자(覇者)로 군림하였다.

역사학자들은 태공망이 없었다면 주나라는 천하의 패자가 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문왕이 태공망을 알아주지 않고, 무왕이 태공망을 참된 스승으로 모시지 않았다면 주나라는 은나라를 감히 넘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아무튼 태공망은 주나라가 천하의 패자로 군림하는 데 등불 같은 역할을 한 인물이다. 태공망이 큰 인물임을 간파하고 벼슬을 내린 문왕이나, 그를 아버지 버금가는 스승으로 모신 무왕이나 훌륭한 리더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훌륭한 리더 뒤에는 반드시 참다운 스승이 있음도 알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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