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사용 설명서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신혼 생활은 더없이 달콤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고로 어른들 말이 백번 옳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콩깍지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가슴팍을 파고들었다.그 현실이라는 것은 보이지않는 신경전을 벌어야 하는 고부간의 갈등, 가사 분담에 대한 의견 차이, 가정 경제에 대한 고민, 결혼 전과 다른 남편에 대한실망 등을 포함한다.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이토록 복잡하고 미묘한 갈등의 결합을 의미한다는 걸 6개월 만에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나는 어학연수를 핑계로 현실을 도피하기로 결심했다. “겁쟁이라고 해도 좋아. 멀리 떠나야겠어. 전환점이 필요해.” 공식적인 이유는 이직 준비를 위한 어학연수였지만 진심은 남편과 잠시 떨어져 있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부모님 댁에서 시작한 신혼 생활은 내 일상 전체를 뒤흔들어놓을 만큼 거대한 불안정성과 중압감을 느끼게 했다. “혼자 떨어져 있으니까 좋아? 서방님은 외로움에 찌들어 죽어간다.” 행복의 절정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때 남편이 물었다. 사실 당시의 내 행복은 남편의 희생과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텅 빈 집 안에서 혼자 식사하는 생활을 감수하며 아내의 자기 계발에 동의해주고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생활비를 보내준 남자였다. 그는 늘 그의 방식대로 날 사랑했지만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권 아래에서 일어났던 모든 변화가 그의 몰이해와 배려 부족 때문이라고 책망할 뿐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 역시 그를 그의 방식대로 사랑해주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나는 남편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잔소리 대신 그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 더 해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양말을 제대로 벗어 세탁기에 넣으란 말을 무시하는 남편에게 화를 내는 대신 그가 좋아하는 꽃게찜을 해준다. 마치 아들에게 먹이듯 꽃게 살을 하나하나 발라주며 비위도 맞추고, 방금 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