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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분홍

분홍은 단물이 가득 고이는 색
분홍을 만질 때는 추억을 만지듯 조심할 것
별빛에 닿아도 쉬이 짓무르고
눈길만 스쳐도 주르르 흘러내리는 즙
달콤하고 무절제한 유혹의 늪이다

- 허영둘, 시 '桃園에서' 중에서 -

지금은 한겨울. 색으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무채색일겁니다. 그래서 가끔은 화사한 분홍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계절입니다. 단물이 고이는 색, 무절제한 유혹의 늪 같은 색, 분홍. 누군가에게 그리움이듯, 추억이듯 분홍의 색깔로 기억되어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는 추운 날입니다.


From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

잘 빚은 도자기처럼

잘 빚은 도자기처럼

옹기종기 매달린 항아리들,
달을 가득 채운 달항아리들에게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비할 바 없는 향기를 깨물면
이른 봄부터 햇빛 쓸어 모으던
비질 소리 들리고
햇살 뭉쳐 물레를 돌리던
손금 없이 맨질한 손이 만져진다
바람의 가닥을 한 줄 한 줄 고르던
고집스런 그의 숨소리,
달빛에 떠는 심장도 물컹 씹힌다

- 허영둘, '복숭아' 중에서 -


달항아리 같은 복숭아가 익어가기까지 자연은 알맞게 더위를 주고 때로 바람도 건네줍니다. 덥고 습한 날씨지만 단맛을 들이고 있는 과일처럼 우리도 알맞게 익어가는 여름. 여름은 잘 빚은 도자기처럼 나를 명품으로 완성해가는 계절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