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빚은 도자기처럼
옹기종기 매달린 항아리들,
달을 가득 채운 달항아리들에게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비할 바 없는 향기를 깨물면
이른 봄부터 햇빛 쓸어 모으던
비질 소리 들리고
햇살 뭉쳐 물레를 돌리던
손금 없이 맨질한 손이 만져진다
바람의 가닥을 한 줄 한 줄 고르던
고집스런 그의 숨소리,
달빛에 떠는 심장도 물컹 씹힌다
- 허영둘, '복숭아' 중에서 -
달항아리 같은 복숭아가 익어가기까지 자연은 알맞게 더위를 주고 때로 바람도 건네줍니다. 덥고 습한 날씨지만 단맛을 들이고 있는 과일처럼 우리도 알맞게 익어가는 여름. 여름은 잘 빚은 도자기처럼 나를 명품으로 완성해가는 계절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