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던 그날은
- 김춘수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 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부질없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꽃’의 시인 김춘수 선생이 엊그제 타계하셨습니다. 삼가 명복을 비는 마음에 옷깃을 여미며 ‘네가 가던 그날은’을 띄워봅니다.
받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