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심을 낚아채는 매발톱 꽃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내게 병아리를 돌보라 하시곤 들로 나가시곤 했습니다. 안마당에 풀어놓으면 노랑 병아리들은 어미닭을 따라 다니며 담장에 늘어진 개나리꽃을 쪼기도 하고 모래를 파헤쳐 모이를 찾기도 하며 평화롭게 뛰놀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어미닭이 급하게 꾹꾹꾹, 큰 소리를 내며 신호를 보내면 병아리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재빠르게 어미닭의 품속으로 숨었습니다. 그때마다 고개 젖혀 하늘을 올려다 보면 어김없이 솔개 한 마리 공중에 떠서 빙빙 맴을 돌며 날고 있었지요.
잠시라도 방심하면 병아리를 채가는 솔개의 발톱을 빼닮은 매발톱 꽃을 보면 어린 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매발톱 꽃은 생김새도 독특하고 꽃빛도 다양하고 고와서 집에서도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는 꽃입니다.
매발톱 꽃을 만나러 가실 때에는 부디 마음 단속 단단히 하십시오. 혹시 당신의 마음을 낚아챌지도 모르니까요.
글.사진 - 백승훈
From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