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가게 오쿠라야의 두 가지 고집

다시마가게 오쿠라야의 두 가지 고집
홍하상

안녕하세요. 작가 홍하상입니다. 이번에 주제는 다시마가게 오쿠라야의 두 가지 고집입니다.

정월 초하루날 일본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가까운 친지에게 선물을 돌리죠. 비싼 것은 아니고 대개 2~3천엔, 아주 비싸봐야 1만엔이 넘지 않는 소박한 것들입니다. 정월달, 일본인들이 친지에게 보내는 선물 중 상위는 곤포(昆布) 즉 다시마죠.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다시마는 국물 맛을 내는 기초재료죠. 국물을 낼 때 일단은 다시마가 들어갑니다. 오뎅, 우동, 라면, 찌개요리, 생선조림 등의 요리를 만들 때는 다시마가 필수죠. 한마디로 곤포 없이는 어떤 음식도 만들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식생활의 필수품이 다시마이므로 어느 가정에나 다시마 선물은 무난하고, 또 환영받죠.

일본에는 수 만개의 곤포가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곤포 가게를 고른다면 어떤 집일까요. 그중에서 1위는 역시 오쿠라야 야마모토로 1848년에 창업했습니다. 정월 초하룻날 곤포를 선물 받았을 때 오쿠라야 야마모토라면 일단 좋아하죠. 가장 전통있고, 가장 믿을만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쿠라야 야마모토가 결정적으로 일본 전국에 유명해진 건 여류 소설가 야마자키 도요코(山崎豊子 1924-)가 그 점포를 소재로 '노렌(暖簾)'이라는 소설을 썼기 때문이죠. 이 소설은 영화가 되면서 일본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바로 그 소설과 영화의 무대가 되는 곳이 오쿠라야 야마모토입니다. 야마자키 도요코는 우리나라에도 소설 '불모지대'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고 일본에서도 공전의 대 힛트를 기록한 작가죠. 불모지대는 731 부대를 다룬 장편소설입니다.

오쿠라야(小倉屋)가 설립된 것은 바로 그 무렵인 1800년대 초. 창업주는 마쓰바라(松原久七)라는 사람이죠. 본래 그는 기름가게 종업원 이었는데, 북해도로부터 곤포가 대량으로 오사카에 입하되는 것을 보고 다시마가게를 열었죠. 상술이 뛰어났던 그는 자신의 다시마가게를 재빨리 성장시켰는데 그 무렵 그의 다시마가게에는 네 사람의 종업원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아들과 손자였고 나머지 두 사람은 종업원 이었죠. 그 두 사람의 종업원 중 한 사람 즉 오쿠라야 야마모토의 창업주인 야마모토 토시스케(山本利助)에게 분점을 차리도록 배려해주었죠.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없는 일인데요, 그만큼 종업원의 됨됨이를 믿었다는 얘기죠. 일본상인의 장점 중의 하나가 '사람은 백년 안돼서 죽지만, 가게는 영원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토시스케는 본가인 오쿠라야라는 가게이름 뒤에 자신의 성인 야마모토를 붙여 가게 이름을 오쿠라야 야마모토라고 지었습니다. 이것이 1848년입니다.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곤포가게인 오쿠라야 야마모토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주인 마쓰바라는 자식이나 손자보다는 종업원을 더 믿었는데, 그의 예상대로 자식이 이어받은 가게는 얼마 안가서 망합니다.

오쿠라야 야마모토는 주인집에서 배운 대로 지극정성으로 일했습니다. 우선 다시마는 북해도 마쓰마에 산이 최고급이므로 늘 마쓰마에에 가서 직접 다시마를 사가지고 오사카로 돌아와 바닷가에서 그 다시마를 해풍에 두 달간 말립니다. 도시에서 말리면 햇빛이나 바람 등이 오염되었으므로 맛이 달라지죠. 이러한 기본원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또한 그 원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늘 일정한 맛'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도 한 두해가 아닌 170년간 그렇게 해왔죠.

오쿠라야 야마모토에서 하나 놀라운 점은 주인집의 은혜를 갚기 위해 자신도 종업원에게 분점을 내준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것도 무려 56명에게 가게를 내주어서 모두 똑같은 상호인 오쿠라야 야마마토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그들이 자신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용하는 것이죠. 이것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러다보니 분가해나간 종업원들도 주인집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오쿠라야 야마모토 동지회를 만들어 주인가게와 협력을 유지하죠. 56개 분가들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주인집에 부끄럽지 않은 상품을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죠. 또 좋은 재료의 공동구입, 수입 재료의 선별과 분배 등도 서로 힘을 합해 추진해나가고 있죠. 이렇게 전국의 56개 분가와 본가가 힘을 합치고 있어서 다시마 업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면서 최강자가 되었죠.

또 하나의 장점은 '다시마 이외의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 오쿠라야 야마모토의 정신입니다. 대개 상인들이 돈을 벌면 좀 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빌딩을 짓고 부동산 임대업을 하면서 가게 세를 받아서 먹고사는 경우를 많이 보죠. 그러나 오쿠라야 야마모토는 17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상인들의 일관된 정신이고 고집입니다. 이런 점은 참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정신이죠.

그들의 판매 전략도 심플합니다. '화과자 가게는 입구에, 다시마 가게는 승부처에'

오쿠라야 야마모토는 일본의 35개 백화점에서 승부처 즉 사람의 왕래가 가장 많은 위치에 분점을 냅니다. 즉 임대료는 비싸지만,그것이 판매율이 더 높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깨달은 것입니다. 또 실제로 판매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비록 하찮은 다시마 가게이지만, 분가를 내주는 주인가게의 도량, 그걸 잊지 않는 분가들, 그걸 통해서 강력한 힘을 갖는 마켓팅,그리고 다시마 외의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외고집 정신. 오쿠라야 야마모토는 상인 정신의 귀감이라고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넷향기(http://www.nethyangki.net/)에서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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