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는...

아버지께는...

서예가들이 모여 회식을 했다. 전시와 작업 등을 이야기하다가 식당 벽에 걸린 반려동물 사진을 보며 칠십이 넘은 老서예가는 평균수명을 다했던 반려견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이가 빠지고 눈이 희미해졌으며 귀도 어두워지고 냄새도 못 맡더라고. 먹이도 먹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서지를 못하더라고. 죽을 쑤어 손으로 입을 벌려 먹여 주었고 잘 쉬지 못하는 숨을 몰아 쉴 때 끌어안고 그의 임종을 지켰다고 했다.

잠시 고개를 떨어뜨렸다가 다시 좌중을 향해

"그런데, 우리 아버지한테 그렇게 못했어!"

라고 말하곤 슬그머니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 최다원 님, '아버지한테...' -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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