右傾化는 일본 몰락의 징조

右傾化는 일본 몰락의 징조

요즘 일본이 보여주는 우경화와 전쟁범죄 부정은 일본 몰락의 징후라고 진단한 일본인 학자가 있습니다.

런던정경대학과 오사카대학 교수를 역임하였고, 한때 노벨 경제학상의 후보로도 거론되었던 모리시마 미치오(三嶋通夫, 1923년생)입니다.

그는 교토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수리경제학과 경제성장론을 공부한 탈일본적 학자로서 조국인 일본을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볼 안목과 역량을 지닌 학자입니다.

그가 1999년에 일본어로 펴낸 “なぜ日本は沒落するか”(이와나미서점)는 같은 해 한국에서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장달중 외 옮김, 일조각)로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그의 예언은 오늘날 그대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15년 전에 쓴 글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 보세요.

과거사 문제

“일본인은 아직까지도 중국이나 한국을 멸시하고 혐오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은 일본의 앞날이 오르막길에서 내리막길로 바뀌어 있을 때 한층 강해질 것이다. 사실 소위 ‘東京裁判史觀批判’이나 태평양전쟁의 ‘自虐史觀’적인 해석을 거부하는 ‘自由主義史觀’이나 고전적인 ‘대동아전쟁긍정론’ 등의 움직임은 전쟁 중에 일본군이 행한 잔학행위를 오히려 긍정하는 방향에 서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을 아시아에서 고립화시킬 뿐 아니라 불법으로 잔혹한 피해를 받은 다른 여러 나라들 – 예들 들면 버마에서의 영국, 필리핀에서의 미국 - 조차도 중국이나 한국 측에 서게 만드는 셈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현재 팍스 아메리카나를 추진해 나가는 데 일본을 선택할 것인가 중국을 선택할지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몇 번이나 그러한 선택을 해야만 할 처지였는데 태평양전쟁 직전에 중국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p.79-80)

우경화

(일본의 몰락이 시작되면) “국민의 자신감을 고양시키기 위해서 , 소위 ‘생각 있는’ 사람들 사이에 우경화의 움직임이 생길 것이다. 이미 그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p.126)

좌경화는 지금으로서는 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경화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소위 고유한 우익 이외에도 중앙일간지나 출판사들 내에도 중도 좌파적 사상을 싫어하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후 지금까지 지녀 온 중도적 사상이 현재의 금융 경제 위기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그러한 사실 자체가 일본 몰락의 두드러진 징조이며 또한 일본의 지위를 하락시키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P.58-9)

일본의 내셔날리즘

“일본은 패전을 안겨 준 미국에 대해서는 경쟁심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대해서는 의연하게도 경쟁심을 가지고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해서는 내셔날리스트로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광역공동체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도 내셔날리즘 감정 때문에 그들은 전향적으로 대응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p.197)

군수산업에 대한 향수와 유혹

“장기간에 걸친 대량실업을 참지 못하고, 일본인 누구라도 생각하는 정치적 혁신, 즉 재군비에라도 손을 대서 향후 50년간 군산복합체를 팽창시킬지 모른다. (p.115)

“지금 만일 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나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본의 힘을 필요로 할 경우에, 일본은 동원에 응하여 대활약을 할 것이다. 일본경제는 戰前에도 어느 단계까지는 그러하였지만 전후 기간 내내 전쟁과 더불어 번영한 경제이다. 몰락하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더 앞뒤 가리지 않고 전쟁에 협력할 것이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 없었더라면 일본이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에, 더욱이 이렇듯 고도성장을 이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미국 뒤에 붙어 다니면서 지시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만약 온다면, 그 시대는 그야말로 ‘일본의 시대’일 것이다. 일본은 예전의 활력을 충분히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p.127)

여기서 그가 말하는 일본의 몰락은 반드시 경제적 파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빈곤하지 않더라도 “국제정치적으로 무시해 버려도 좋은 단역”이 되는 나라, 글로벌 파워가 아닌 지역적 파워로 뒤처지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진지하게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일본몰락의 근거로 거론하고 있는 인구통계학적 추세, 정신적 황폐, 금융의 황폐, 산업의 황폐, 교육의 황폐 그리고 무엇보다 혁신을 이루고 비전을 제시할 능력이 없는 시대착오적 금권정치의 폐해 중 많은 부분이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그가 일본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일본 정치의 문제점을 들어봅시다.

금권정치

“가장 일본적인 것은 정계이다. 정계에는 아직까지도 일본토착의 촌락공동체를 운영하는 방식이 남아있다. 정당은 하나의 파벌이 전부 장악할 만큼 작지 않고, 정당 내에는 몇 개의 파벌이 존재한다. 파벌의 보스는 부하들을 총괄하기 위해서 부하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그 때문에 파벌의 보스는 거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거나, 재계나 그 밖의 다른 곳에서 돈을 모아 올 수 있어야 한다. 자금 획득을 위해서는 여기저기서 더러운 수법이 사용된다. 하급자는 자금을 모으는 것이 정치활동이라고 생각하고, 파벌의 보스는 대파벌을 형성하는 것이 거물정치가의 할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p.45)

세습정치

“많은 일본의 젊은이가 정계로부터 등을 돌려버리고, 정치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2세만이 정치가의 주요공급원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정계는 국민으로부터 더욱더 멀어진 세계가 되고 있다. 정당과 정부로부터 새로운 발상의 행동계획이 발안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p.47)

“(정치의) 세습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제도 때문이 아니다. 이러한 세력을 타파할 수 있는 세력이 기성 정치집단의 외부에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집단의 탓이 아니라 정치집단 외부에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무기력 때문이다. 정치가 나쁘기 때문에 국민은 무기력하고, 국민이 무기력하므로 정치가 나쁘게 되어 있는 것이다.”(p.154)

和는 일본 진보의 적

"일본의 기본적 사회원리는 和이다... 和의 정신은 집단의 보존장치로서 이질분자의 적발, 숙정, 처분을 행하는 기구의 존재를 정당화 한다...和는 일본의 진보와 발전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일본이 和의 기풍을 일소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며,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회도 경제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인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