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추석

짙은 검정으로 염색한 꼬불꼬불한 파마머리, 편안한 신발, 그리고 멋을 낸 알록달록한 고무줄 바지. 허리를 펴려고 약간은 뒤로 젖히며 걷는 걸음걸이들. 꾸려놓은 보따리 보따리들. 장날에 맞춰 모처럼 나들이 겸 나온 할머니들의 모습이다.

"많이 샀능겨. 밥은 먹었능겨."

뙤약볕에 그을린 얼굴은 흙빛을 닮았고 깊이 고랑도 졌지만 말씀마다 정이 풀풀 풍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리 멀지 않은 날에 가까이 보았던 우리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들의 품에서 우리가 나왔고, 그들의 땀으로 공부를 했고, 그들의 눈물로 우리의 배를 채웠다. 그들의 투박한 손이 우리를 키웠다.

이제 추석이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늦더위와 함께 귀성길이 조금은 힘들고, 길이 막힐 염려도 있지만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조상을 찾는 일은 여전히 뜻 깊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