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가 없어도 볕바른 세월이다. 툇마루가 없으니 묵은 솜마냥 거기 볕바라기하고 있을 외할미도 없다.

뭔가를 한참 쥔 듯한 두툼한 거북손이 건너와 대강 푸짐한 가슴의 느꺼운 재산들 부려주고 갔을 주걱 같은 손들이 볕바른 툇마루의 옹이를 쓰다듬던 세월도 물려졌다. 세월에 샛강이 돌아나가지 않고 그 강둑에 갈대와 물버들만 실없이 흔들리는 값어치 매길 수 없어, 값을 치르면 돌아올 세월이 저만치 있어야겠다

- 유종인, '손' 중에서 -


에돌아감보다는 직선으로 가길 좋아하는 세상입니다. 툇마루처럼, 샛강처럼, 잠시 쉬어갈 여유도 없어 보이는 세상입니다. 세상에 휘는 갈대와 물버들만 있는 것 같은 세상입니다. 그러나 아닐 테지요. 아직도 푸짐한 가슴이 있고 두툼한 거북손이 있는 정 많은 세상일겁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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