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호박이라면

만약 내가 호박이라면


만약 내가 잘 늙은 호박이었다면 내 안에 호박씨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호박씨마다 호박의 꿈을 내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제대로 늙은 호박이었다면 물크러지거나 썩는 것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기뻐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가죽을 뚫고 나가 솟는 떡잎들을 대견스럽게 여겼으리라.

- 최승호의 시산문집 '물렁물렁한 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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