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도 마음 먹기에 따라 청년이다

95세에 작업현장 누비는 변경삼 창생사 대표…아직도 하루 14시간 일해|

서울 성수동에서 의료기기 제조 중소기업 `창생사`를 운영하는 변경삼 대표는 1914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95세다. 변옹(翁)은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집 주변 야산을 4㎞ 정도 속보로 걸은 뒤 7시 30분까지 회사로 출근한다.

그가 맨 먼저 하는 일은 120평 공장을 물걸레질로 청소하는 일이다. 밑에 직원을 8명 두고 있지만 그와 직원 사이에 일의 구분은 거의 없다. 자재관리도 그의 몫이고 급하면 박스를 나르기도 한다.

변옹은 "혼자서 2~3명 몫은 한다. 그렇게 안하면 사람을 돈주고 써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의 퇴근시간은 밤 9시 30분. 회사 설립 후 30여 년째 이어오는 생활이다.

백세 노인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흔 다섯은 여전히 드문 나이다. 그 나이에 현장반장처럼 작업장을 누비는 노인이 변경삼 옹이다.

창생사 사무실을 찾았더니 자그마한 체구에 안색이 밝고 눈썹이 희끗한 노인이 기자를 맞았다. 아무리봐도 90대 같지는 않고 70대 노인 같았다. 그러나 변옹과의 대화가 진행될수록 "도대체 이 노인의 `생체나이`는 몇 살인가" 하는 의문이 깊어만 갔다.

변옹은 열아홉에 장가를 가 아들 셋을 낳았다. 큰아들이 올해 74세이고 둘째 69세, 막내가 64세다. 첫째 부인과는 14년 전 사별하고 현재의 아내와 11년 전 재혼했다. 아내는 올해 64세로 막내아들과 나이가 같다. 84세에 31세 연하의 여성과 재혼할 만큼 그는 정력적이다. `설마` 하는 기자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변옹은 "아주 활력적인 부부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변옹의 빠진 데 없이 가지런한 치열과 또렷한 발음, 논리적 언변, 경쾌한 발걸음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돋보기 도움 없이 신문을 읽고 갈비는 없어서 못 먹는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자신의 손을 있는 힘을 다해 꽉 쥐어보라고 했다. 변옹의 키는 151㎝, 몸무게는 48㎏이다. 원래 160㎝가 넘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키가 줄었다. 변옹보다 25㎏이나 체중이 더 나가는 30대 기자가 용을 썼지만 그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30대의 몸이라는 변옹의 자신감이 터무니없는 과장 같지 않았다.

이 작은 구순 노인의 노익장은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일까. 변옹은 "위로 형 세 명이 있었는데 팔순을 넘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보아 장수 집안은 아니다"고 했다.

그의 섭생이라고 해 봐야 특별한 것이 없다. 보약 같은 건 입에 대본 적이 없고 특별히 잘 먹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1500원짜리 김밥과 야쿠르트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 저녁 모두 직원들과 인근 식당에서 시켜먹는다.

다만 배부르지 않게 먹는 소식(小食), 매일 아침 4㎞ 이상 속보로 걷기는 그가 오래전부터 실천해오고 있는 생활습관이다. 담배와 술은 오래 전에 끊었다.

6ㆍ25 직후 출판사업으로 `을지로 지가를 올렸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많은 돈을 벌었던 변옹은 쉰 언저리에 사업에 크게 실패했다. 양담배를 하루 3~4갑, 조니워커 양주를 2병씩 비우는 생활을 거듭하다 꽝하고 쓰러져 사경을 헤맸다. 의식을 회복한 그날 이후 변옹은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일종의 단전호흡법인 자율신경조절법을 스스로 개발했다. 그는 요즘도 잠들기 전 10분 정도 이 호흡법을 실시한다. 변옹은 "남자들의 사정이나 숨쉬기 같은 자율신경 운동도 수련을 거치면 통제가 가능하다"며 "1년 정도 연습하면 누구나 터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변옹은 건강 장수의 비결을 "계속 움직이는 것"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95년을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은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말하자면 `평생 현역`이다.

변옹은 "육체는 살아 생전에 실컷 부려먹어야 한다. `정지`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좀 과로한다 싶을 만큼 일한다"고 말한다.

변옹은 최근 서울대 장수과학 최고지도자과정을 이수했다. 강의를 통해 변옹을 만났던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처음 이 분의 나이를 들었을 때는 거짓말인줄 알았다"며 "의학적 연구대상이 될 만한 분"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50대 이후에도 생활습관을 바꾸면 건강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라고 했다.

변옹에게 `몇 살까지 살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 살 날까지 사는 것이다. 내가 움직이는 한 계속 살아 있을 겁니다."

◆ 장수학 대가 박상철 교수가 본 변경삼옹

= 변경삼 창세사 대표는 최근 서울대 장수과학 최고지도자과정을 이수했다. 내가 강의를 통해 변옹을 자주 만났는데 처음 이 분의 나이를 들었을 때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충분히 의학적 연구대상이 될 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은 50대 이후에도 생활습관을 바꾸면 건강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100세까지 장수하려면 40ㆍ50대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사무직 근로자들은 운동을 계속하게 되면 성인병의 주범인 비만을 없애주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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