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편지

아내의 편지

손 마디마디 저리고 아리다더니
생일 축하해요, 하며 내민
마음 꾹꾹 손발 꾹꾹 눌러 쓴
노랑색 연두색 아내의 편지
가슴 칸칸 숨결 틈틈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하는데

다리 아프다고 하면 발바닥까지 주물러 주어 감사해요
건강 위해 좋아하는 약주도 줄여 주어 감사해요
부스스한 모습 하고 있어도 아무런 말 하지 않아 감사해요
옷 빨아주고 다려주지 못할 때가 많아서 미안해요
잠자며 이불을 마음껏 당겨 혼자 덮어서 미안해요
당신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다고 떼써서 미안해요
또, 미안해요
감사해요

하, 해가 남에서 뜨려나 보다
노랑 연두 편지 떠올리면
세상사 저도 모르게 고개 숙여지는 것은
구름 훨훨 오르다가
산 굽이굽이 돌아다니다가
강이고 바다 찰랑찰랑 거닐다가도
이내 온몸 방울방울 눈물 되어
손등이며 가슴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은
분명 달도 남에서 뜨려나 보다

- 김봉길 님, '아내의 편지' 중에서 -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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