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

*** 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 ***

한 형제가 초고층 아파트 80층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보니 공교롭게 자정부터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나갈 때도 붙어 있었는데 미처 보지 못하고 나간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형제는 등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혈기왕성하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자 20층에 내려두고 나중에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배낭을 내려놓자 가뿐해진 형제는 웃고 떠들면서 다시 힘차게 계단을 올랐습니다.

40층에 이르자 힘에 부친 듯 두 사람은 헐떡거리며 서로를 원망했습니다.

“넌 왜 안내문도 못 봤어?”

“그러는 형은? 꼭 나만 봐야 해?”

두 사람은 서로를 탓하며 계단을 올랐습니다.

60층에 올라가자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었습니다. 묵묵히 계단을 올라 드디어 집 문 앞에 섰을 때,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소리쳤습니다.

“열쇠~~~!!”

20층에 두고 온 배낭 속에 열쇠를 넣어 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첫 계단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20대에 이를 즈음이면 사회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부담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자신의 등에 맨 꿈과 열정의 배낭이 슬슬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잠시만 내려놓자.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 다시 가져가면되지.’

나이를 먹을수록 꿈과 열정의 배낭은 잊은 채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40세가 이르면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일은 더욱 힘겨워지면서 주위의 탓을 하고 불평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소중한 젊음의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60세에는 젊은 시절의 기세등등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남을 원망하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며 80세까지 걸어갑니다. 마지막 지점에 서 있노라면 문득 진한 슬픔이 밀려듭니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꿈과 열정, 희망을 20세 때 배낭 속에 두고 온 것이 그제야 생각납니다.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인생은 일방통행이기 때문입니다.


지인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마음 헤아리기

마음 헤아리기

필자는 저녁 식사 전에 책상 앞에 앉아서 이 서문을 쓸 터이니 독자는 저녁 식사 후에 읽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면 필자는 허기가 져서 어쩔 수 없이 간결하게 쓰게 될 것이고, 독자는 포만감에 젖어서 여유 있게 서문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밀로라드 파비치, 소설 '하자르 사전' 중에서 -

글의 작은 부분이라도 독자를 고려하고 이해를 돕고자 노력하며 심기가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작가의 정신입니다.

글도 이러할진대, 굳이 말로 드러내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신경써주는 것. 그것이 배려이고 존중일 것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미안해하거나 사과하기보다는 불편한 일을 만들지 않도록 애쓰는 마음이 먼저일 듯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굴욕

굴욕

불온한 방문자다. 검정색 운동모자를 눈썹까지 눌러쓴 남자가 사립문을 밀치고 들어선다. 예고도 양해도 없이 마치 자기 집에 들어오는 듯 태도에 거침이 없다. 잔디밭을 뒤덮은 시든 꽃다지를 거두다 말고 엉거주춤 엉덩이를 일으킨다.

"고물 없어요?"

사포처럼 거친 목소리다.

거두절미, 용건으로 바로 치고 들어온다. 정체를 밝힌 남자의 시선이 집 전체를 빠르게 일별한 후 잡동사니를 쌓아 놓은 헛간으로 향한다. 내가 미처 발을 떼기도 전에 남자는 건들거리며 손끝으로 헛간에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집적거리고 있다.

- 송혜영, 수필, '굴욕'중에서 -

요즘 '굴욕'이라는 말을 많이 쓰더군요. 연예인 기사나 잡담 중 쓰는 굴욕은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풍겨서 제3자가 보는 잠깐의 관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굴욕은 남에게 억눌려 업신여김이나 모욕을 받음이니 될수록 적게 느끼고, 가능하면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제일일듯 싶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심정을 곱씹어서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다짐을 하니, 긍정으로 여기고도 싶습니다.

그래도 '굴욕'은 여전히 굴욕을 느끼게 하는 말임이 틀림없습니다. 굴욕당하지도, 굴욕을 주지도 말아야 하는 이치지요.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삶이라는 책

삶이라는 책

우리는 언제나 운명이 결정해준 만남 안에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손을 맞잡은 채 ''삶이라는 책''을 함께 쓰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림 하나씩을 보탤 뿐이지만, 마지막에 가서 이 모든 것들의 의미를 갖는다. 한 사람의 행복이 모든 이들의 기쁨이 될 것이다.

- 파울로 코엘료 / 알레프 -

초록그늘을 환하게 밝히는 꽃 - 백선

초록그늘을 환하게 밝히는 꽃 - 백선


오월의 숲에
어여쁜 백선 꽃이 피었습니다.
초록 그늘이 환해졌습니다.

거리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내 마음밭이 환해졌습니다.

글.사진 - 백승훈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작심삼일이 되지 않는 길

작심삼일이 되지 않는 길

험한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처음에 천천히 걸어야 한다.

- 셰익스피어 -

각오만 단단해서 처음과 달리 금세 지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조금씩, 융통성 있게, 내게 맞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익숙해지면 속도를 내면 되는 것이지요. 계획만 무성한 일이 반복된다면 자신의 방법을 달리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의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

(잠언 27:1~2)

숯처럼

숯처럼

잿무덤 속에는 사리가 들어 있습니다.
사제들이 사리를 조심스럽게 모아 관에 넣으면
장례식은 끝이 납니다.
그 사리가 바로 숯입니다.
숯이 됨으로써 나무의 생은 끝났지만,
숯이라는 새로운 생애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 차창룡, 시 '숯공장 탐방기' -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나로 거듭난다는 것, 더 나은 나로 변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요소들을 잊는다는 것, 과거의 인습을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는 자신을 다 비우고 다시 태어나 타인을 위해 애쓰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숯처럼, 자신을 다 비워서 가벼워진 그들을 통해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배우곤 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으면 남을 원망하지 말 것.
슬픈 일이 있으면 잠시 혼자 있을 것.
슬픈 일이 있으면 조용히 생각할 것.

- 하이타니 겐지로 -

꿀풀 - 달콤한 추억의 꽃

꿀풀 - 달콤한 추억의 꽃


초록 들판에
보랏빛 꿀풀 꽃이 피었습니다
꽃 하나 따서 입에 넣고 빨면
달콤한 꿀이 군침을 돌게 하던 꿀풀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습니다.
슬픈 기억은 눈물이 나게 하지만
달콤한 추억은 절로 미소 짓게 합니다.

어린 시절 하굣길에
꿀풀 가득한 풀밭에 앉아
동무들과 꽃을 따서 꿀을 빨던 기억

'추억'이란 꽃말을 지닌 꿀풀
꽃 앞에 앉아 생각합니다.
추억은 지나간 시간 속에 들어 있지만
그 달콤한 추억들이 나를 살게 한다는 것을
환한 꽃밭으로 나를 인도한다는 것을.

오늘 하루
꿀풀처럼 달콤한 추억 만드시는
그대이길 빕니다.

글.사진 - 백승훈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