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공잔가?

소설가 성석제의 산문집인 <즐겁게 춤을 추다가>에는 ‘밤의 공자’라는 에세이가 나오는데 참 재밌습니다. 그대로 소개합니다.

공자가 사는 마을 빨래터에 아낙네들이 나와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때 공자의 부인이 빨랫감을 안고 나타났다. 한창 수다를 떨고 있던 아낙네들 가운데 하나가 공자의 부인에게 말했다.

“아 그래 부인께선 요새 무슨 재미로 사세요? 사람 사는 재미는 애 낳고 키우고 아웅다웅 싸워가면서 정도 들고 하는 게 아니겠수. 공자님하고 한 이불을 덮고 주무시기는 해요?”

공자의 부인은 모른 체하며 계속 빨래만 했다. 곁에 있던 아낙네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덕이 그렇게 높으면 뭘 하나, 학문이 그렇게 높으면 뭘 하나, 제자가 그렇게 많으면 뭘 하나, 사람 사는 재미는, 재미는 그저… 그러거나 말거나 빨래를 마친 공자의 부인은 빨래를 챙겨 돌아서며 혼잣말처럼 한마디 했다.

"밤에도 공잔가?"

즐겁게 춤을 추다가, 성석제 지음, 강 펴냄


어디선가 봤던 글입니다. 실제 있었던 사례인지 그냥 우스개로 만든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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