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등을 보인다는 건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슬프거나 아픈 표정을 보이기 싫어 돌리는 등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등이 절벽이고 더욱 슬플 때도 있습니다. 등을 돌리기보다는 서로 가슴을 맞대는 사이로 보내는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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