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 (최선옥)

밥심


가을 들녘, 추수를 마친 논도 있고 아직 볕을 더 쬐고 있는 벼들도 보인다. 누런 벼들만 봐도 마음은 풍요롭고 햅쌀로 지은 밥을 눈앞에 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햇것이라는 싱싱하고 찰진 느낌에다가 밥심으로 산다는 어른들의 말을 반찬으로 얹어 한술 뜨는 가을이 맛있다.

밥심으로 산다. 그 말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한다. 지금은 굳이 밥이 아니더라도 빵이나 기타 음식으로 배를 채울 것이 많다. 하지만 뱃고래가 든든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밥에 기대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쌀이 어떻게 해서 집까지 오는지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아야 하는지 듣기는 하지만 시대가 변한만큼 잘 모르는 자녀들도 많다. 가을들녘을 지나갈 경우 꼭 한번은 일러주시라. 쌀의 힘, 그리고 밥심에 대해서.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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