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쓰는 말들
범죄와의 전쟁, 물가와의 전쟁, 사교육과의 전쟁, 살과의 전쟁, 심지어 모기와의 전쟁에다 자연현상으로 빚어지는 눈과의 전쟁까지 대한민국은 전쟁공화국이 되었다.
살과의 전쟁은 애교로 봐준다고 해도 사사건건 전쟁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붙여 엄포를 놓는 것을 보면 공갈 협박범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선전포고를 했는데 그 전쟁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언제 끝나는 것인지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엄포성 구호는 마치 투정부리는 아이의 화풀이처럼 비쳐질 뿐이다. 폭탄세일, 가격파괴라는 섬뜩한 말도 남발하는 선전포고의 사생아쯤에 다름 아니다.
- 최장순, 수필 '전쟁, 함부로 부르는 이름' 중에서 -
무심코 쓰는 말들이었는데 이렇게 무서운 말들이었네요. 과장되고, 점점 무서워지는 말들 속에서 곱고 순한 감정이 무너지고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 습성이 밴듯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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