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들이 사는 숲에는 한 개의 큰 나무가 서 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작은 새들은 그 나무를 신령스럽게 생각하여 감히 나무 가지에 앉지 않았다.
그 고목나무는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새들은 그 나무 구멍 속에 무지무지하게 큰 구렁이가 산다고 생각하였다.
작은 새들은 그 구렁이를 나무신이라 믿고, 일 년에 한 번씩 그 나무 밑에서 큰 제사를 지냈다. 구렁이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되기를 빌었다.
어느 날 새들이 사는 숲으로 두 마리의 큰 새가 날아들었다. 그 새들은 고목나무에 날아와 각자 두 개의 둥지를 틀었다.
작은 새들 중에서 가장 늙은 새가 두 마리의 큰 새 앞에 나타나 말하였다.
“이 나무에 둥지를 틀면 안 됩니다.”
“왜 안 된다는 거냐?”
두 눈이 부리부리한 큰 새가 물었다.
“신령스런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이 나무에는 용이 되려는 큰 구렁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나무에 둥지를 틀면 부정을 타게 됩니다.”
작은 새들 중 가장 늙은 새가 설명하였다.
“그 구렁이들을 네 눈으로 직접 보았느냐?”
“아니,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옛날부터 우리 새들이 사는 숲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깁니다.”
“보지도 못한 것을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너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로구나. 벌건 대낮에 가시나무에 찔려 애꾸눈이 된 저 멍청한 새와 다를 바가 없군.”
두 눈이 부리부리한 큰 새가 바로 옆에 둥지를 튼 큰 새를 가리켰다. 정말 그 큰 새는 눈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 대신에 두 개의 큰 귀를 가지고 있었다.
“애꾸눈이라고 했나? 그대는 일목요연(一目瞭然)이란 말도 모르는 모양이로군.”
두 귀가 큰 새가 한 마디 하고는 곧 입을 다물었다.
“우리는 높은 산에 올라가 도를 닦고 내려온 성자들이다. 성자들은 구렁이 따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두 눈이 부리부리한 큰 새가 다시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 고목나무 구멍 속에 들어가 구렁이가 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군요?”
작은 새들 중 가장 늙은 새가 물었다.
“물론이지. 우리는 한 달 동안 먹지 않고도 고목나무 구멍 속에서 도를 닦을 수 있다. 어이, 애꾸눈! 이 기회에 누가 더 도를 많이 닦았는지 내기해 보지 않겠나?”
두 귀가 큰 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 두 마리의 큰 새는 고목나무 구멍 속에 들어가 한 달 동안 나오지 않았다. 작은 새들은 그 새들이 구렁이에게 물려죽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후 두 마리의 큰 새가 구멍 속에서 멀쩡하게 살아나왔다. 작은 새들은 그 두 마리의 큰 새들을 성자로 모시기로 하였다.
“우리들에게 도(道)의 참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작은 새들을 큰 나무 주위로 불러 모은 후, 가장 늙은 새가 두 마리의 큰 새에게 청하였다.
“도란 지혜로운 자만이 지닐 수 있는 덕목이다. 저 고목나무 구멍 속에 들어가 도를 닦는 동안 구렁이가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구렁이는 감히 내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였다. 무엇 때문이겠는가? 바로 내가 도를 닦은 성자이기 때문이다.”
두 눈이 부리부리한 큰 새가 말하였다.
“그것이 참말입니까? 그럼, 그 옆에 계신 성자께서도 구렁이를 보았단 말입니까?”
작은 새들 중 가장 늙은 새가 이번에는 두 귀가 큰 새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만 꾹 감고 있을 뿐이었다.
“저 애꾸눈은 구렁이가 나타나자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기만 하였다. 그리고 너무 무서운 나머지 입술이 붙어 아주 벙어리가 되어 버렸지. 내 도력 덕분에 겨우 목숨을 구한 것만도 다행스런 일이야.”
두 눈이 부리부리한 새가 대신 말하였다.
그때 눈을 꾹 감고 있던 두 귀가 큰 새는 어디선가 불씨를 물어다 자신의 둥지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앉아 기도를 드렸다. 둥지가 불에 다 탈 때까지 그 새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새는 타지 않고 오히려 몸에서 불보다 더 밝고 투명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둥지가 다 타고나자 그 새는 불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새의 꼬리가 그리고 지나간 자국이 마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말이 아닌 몸으로 도를 보여주었군!”
작은 새들 중 가장 늙은 새가 감탄하여 소리쳤다.
“과연 도가 깊은 성자로구나!”
작은 새들도 합창을 하듯 말하였다.
“저건 도를 닦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도술이다.”
두 눈이 부리부리한 큰 새도 자신의 둥지에 불을 지르고 그 위에 올라앉았다. 잠시 후에 그 새는 몸에 불이 붙어 새카맣게 타서 죽어버리고 말았다.
옮긴 글입니다. 말만 앞서지 말라는 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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