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
두 계절 동안 떠나지 않던 기침이 잦아들 즈음 어느새 봄이 왔다고 세상은 떠들썩했습니다.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기운을 차릴 무렵 철쭉이 한창이었습니다. 그러나 올봄은 하얀 꽃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흰 철쭉이 며 흐드러진 이팝꽃이 지더니 아카시아와 찔레가 달콤한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기분이 좋다가도 시시때때로 울적해지는 변덕처럼 다시 찾아온 기침. 올해는 이렇게 좋은 시절 가는가보다 생각하며 어느 집 담장을 지나는데 온몸에 피가 도는 듯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매년 보아왔던 풍경이었지만 붉은 장미가 가슴 저 안쪽에 불을 지피는 듯 속이 뜨거워졌습니다. 담장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넝쿨장미가 까르르 웃음을 쏟는 여학생들 같았습니다. 붉은 색이 왜 필요한지, 왜 다시 일어서야하는지 알았습니다.
힘들고 슬펐던 시절을 딛고 기진맥진한 몸과 마음에 수혈을 하는 늦봄. 이제 눈물보다는 주먹을 쥐고 힘을 내야 할 때입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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