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요물이다
그러고 보니 자주 그랬다. 의류매장 안에서는 그럴듯하게 어울려보이던 옷도 내 방 거울 앞에만 서면 낡아가는 몸의 현주소를 야멸치게 일깨워주곤 했다. 휘황한 물질의 성채 안에는 어떤 마법이 작동하기에 매번 눈이 멀고 혼이 빠지는가. 어쨌거나 돈이 요물이다. 햇빛을 피해 음습하게 숨어들기를 좋아하는 돈이 주머니 안에 들앉기가 무섭게 기를 쓰고 바깥으로 빠져나가려 하니. 온갖 핑계와 명분을 쏘삭이며 달아날 기회만 엿보는 돈은 남의 주머니에 옮겨 앉자마자 맞바꾼 사물의 표면에서 반짝이는 마법가루를 거두어버린다.
- 최민자, 수필 '팔찌' 중에서 -
조명아래 반짝이는 물건들. 그것들이 저들을 어서 가져가라고 유혹을 합니다. 그 물건의 주인이 나 같아서 다른 누군가에게 금방 안겨갈 듯해서 얇은 지갑을 털어 장만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후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글처럼, 돈이 요물입니다. 마음먹은 대로 지출이 되지 않을 때도 있지요. 그러나 벼르고 별러 지르는 일이니 내가 내게 주는 보상내지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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