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냥

딸에게 엄마를 왜 사랑하는지 짓궂게 물어본다.

"엄마는 참, 그냥 사랑하는 거지."

이제껏 셀 수 없이 많이 들었던 말이 '그냥'이다. 또한 무심결에 그만큼 뱉었던 말, '그냥'이 요즘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략)

'그냥'이라는 말 한마디에 무게를 두는 이런 마음이 어느 날부터 그냥 슬며시 찾아왔다. 꽃보다 나무에 더 눈이 가는 것과 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미와 백합이 예쁘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맨드라미와 접시꽃으로 기우는 마음과 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그냥' 쪽으로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 추선희, 수필 '그냥' 중에서 -

이유를 딱히 댈 수 없는 말, '그냥'. 그냥, 이라는 말에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거나 안부를 묻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을. 나는 그 그냥에도 참으로 인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마저도 귀찮아져서 가파른 마음의 절벽을 보이곤 합니다. 그냥, 아무런 이유 달지 말고, 그냥 그래도 되는 것을.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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