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건망증이 숲을 키운다
제천 문학기행 중에 울고넘는 박달재에서 도토리묵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다람쥐의 겨울 양식을 먹는 것 같아 미안하단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람쥐의 건망증이 생각났습니다.
다람쥐는 가을에 도토리를 주울 때 하나를 먹으면 꼭 하나는 땅 속에 묻어둔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양식의 비축을 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다람쥐의 지독한 건망증입니다. 막상 겨울이 닥치면 어디에 묻었는지 기억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다람쥐의 그 지독한 건망증이 숲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다람쥐가 겨울에 먹으려고 묻어두었던 도토리가 봄이 되면 싹을 틔우고 키를 키워 푸른 숲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다람쥐처럼 나를 위해 행한 일이 다른 이웃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백승훈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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