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자던
예식장의 맹세
손바닥 속 수은처럼 모두 빠져 버리고
낯선 성냥갑 같은 둥지에서
애들 낳고 보낸 젊은 시절의 흔적들
안팎으로 땀으로 뛰어다닌 시간들
아직은 우리 여름인 듯한데
무서리가 너무 일찍 왔을까
앞으로 얼마나 더
가슴살들을 한 근 한 근 도려내야 할까
- 서봉교, '아내의 염색약을 사면서' 중에서 -
상대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을 읽습니다. 그 모습이 측은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나또한 그리 늙어가는 것을 실감하지요. 그러나 젊은 시절의 사랑의 맹세와 그동안의 정으로 더욱 도탑게 가는 것이지요, 부부는.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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