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내다 본 ‘NEXT 10 YEARS’ 2

미리 내다 본 ‘NEXT 10 YEARS’ 2
(‘유엔미래보고서’가 전망한 향후 10년)

"제2의 외환위기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 시점이 2020년이라고 봐요.”

한국이 직면한 시스템 위기 요인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령 종신고용 붕괴 여파는 고용 안정성 증대 시책으로 완화할 수 있다.재취업 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제도화하는 것은 하나의 예다. 특히 퇴직 근로자들이 신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재교육한다면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충의 일거양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최 소장은 다른 위기 요인과 달리 부동산 거품 붕괴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부동산 가격이 수년간 급등한 후에는 예외 없이 반 토막 난 전례를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는 국소적으로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지만 큰 틀에서는 ‘상식’대로 움직입니다. 다른 나라가 모두 부동산 거품이 꺼졌는데 우리만 아닐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죠. 국내 부동산 가격은 2007년 고점 대비 40~50% 하락하는 게 정상입니다.”

특히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됐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할수록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경착륙의 가능성은 적습니다. 정부가 경제적 충격을 우려해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테니까요. 그럴 경우 일시적 반등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구간 반등’일 뿐, ‘대세 하락’에는 영향을 못 미칩니다. 2015~2016년쯤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절반이 은퇴를 완료합니다. 이때가 되면 부동산 대세 하락은 ‘상식’이 될 겁니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게 불가능한 시대가 오는 거죠.”

갑작스런 남북통일 가능성은 향후 10년 동안 한국호의 향배에 최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종합할 때 2020년 이전에 남북통일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최 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오히려 ‘재앙’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북한은 왕조적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정권이 붕괴되면 체제도 붕괴됩니다. 흡수통일 이외의 다른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아요. 통일의 긍정적 효과는 최소 15~20년 뒤에야 나타납니다. 그때까지는 통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을 대상으로 급격한 흡수통일이 되면 희생과 양보,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려 심리적 대비를 해야 합니다.”

최 소장은 2020년 아시아가 ‘부(富)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논리다. 아시아가 세계 경제성장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모든 나라가 비즈니스를 위해 아시아로 몰려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팍스 아시아나(Pax Asiana)’ 시대의 본격 개막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부의 중심 국가나 지역이 세계를 주도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시아의 승자가 세계의 승자가 됩니다. 아시아에서 벌어질 부의 전쟁은 결국 미국과 중국 두 거대 국가의 싸움이 주축이 될 겁니다. G2의 대결과 충돌은 자주 글로벌한 파장을 일으킬 텐데, 다른 국가들은 그 파도를 잘 타야만 합니다.”

최 소장은 향후 10년 동안 G2가 벌일 패권 전쟁의 승산을 ‘미국 51:중국 49’로 내다봤다. 중국이 세계 중심국의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지만, 그래도 미국의 저력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G2의 용호상박 시대는 한국에도 간단치 않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팍스 아시아나 시대가 온다고 해도 한국이 무임승차할 수는 없습니다. 자칫하면 소외될 수도 있어요. 저는 한국만의 역할 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서 ‘균형자’ 역할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한국과 손잡고 싶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다음 두 정권의 최대 과제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국운이 달렸습니다.”

* “저출산 해결 못하면 한국 미래 없다”

IT혁명으로 개인의 힘 강화…대의민주주의 종말 고할 수도

“인구가 감소하면 경제와 국력이 함께 꺾일 수밖에 없어요. 대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지금 당장부터라도 아이들을 낳아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국가적으로 출산장려운동을 펼쳐야 해요.”

박영숙 사단법인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한국의 미래가 저출산 문제 극복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고 단정했다. 현재의 출산율 감소 추세를 막지 않으면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인구 변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미래결정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5명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말하며,국가별 출산력을 비교하는 지표로 쓰인다.

“합계출산율이 최소 2.1명은 돼야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변수가 없이 합계출산율이 1.1명 수준이 된다면 한국 인구는 2300년께 약 5만여 명만 남게 됩니다. 한국이 소멸국가 1호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인구 재앙’의 서막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한국의 인구는 2018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이전 2015년에는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숫자를 초과하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지게 된다.

“인구가 줄면 집이 남아돌게 됩니다. 집을 공짜로 쓰는 시대가 올 수도 있어요. 이미 선진국 일부에서는 그런 사례가 나타난 곳도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교육도 크게 달라질 겁니다. 특히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또 학생들은 학습자료를 인터넷에서 다운받거나 작은 칩 형태로 제공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 변동은 미래학자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챙겨 보는 지표 중 하나라고 한다. 눈여겨 볼 것은 한국이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는 반면 중국, 인도, 동남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인구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께 아시아 인구는 다른 지역을 압도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중국 19억, 인도 17억, 인도네시아 3억, 방글라데시 3억 등 아시아 인구가 무려 56억 명에 달한다는 겁니다. 반면 미국은 4억 명에 그치고, 특히 유럽은 주요 10여개국을 합쳐도 2억 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에요. 물건을 팔려면 어디로 갑니까? 사람이 많은 곳 아닙니까? 즉 세계의 기업들과 사람들이 아시아로 몰려올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아시아의 부상’은 필연적인 흐름입니다.”

* 정보기술(IT) 혁명의 가속화도 미래예측에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IT 혁명은 문명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수렵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거쳐 후기정보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도 종교에서 국가로,국가에서 기업으로, 이제는 기업에서 개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견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가상세계의 급팽창은 개인들이 힘을 갖는 결정적 열쇠가 되고 있다. 개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대인관계를 맺고 비즈니스를 도모하며 여론을 형성한다.

사이버공간이 현실세계를 대체하면 할수록 그만큼 기성권력은 힘을 잃어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급부상은 그 강력한 징후로 읽힌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예다.

“페이스북은 불과 몇 년 만에 하루 5억 명이 접속하는 거대한 SNS로 떠올랐습니다. 페이스북은 일종의 ‘가상국가’로 볼 수 있어요. 트위터, 1인 미디어, 1인 방송 등도 전통적인 권위나 국가 권력보다 개개인의 힘이 커지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2005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2017년이 되면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정보격차)’가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접근•이용 여건에 따른 개인 간의 사회•경제적 불균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가 오면 현재 민주주의 기반의 정치체제도 역사적인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 상임 미래위원회를 설치해 미래예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핀란드는 몇 해 전‘민주주의의 미래, 2017’이라는 제목의 의회 창립 100주년 기념 논문집을 낸 적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대의민주주의는 머지않아 종말을 맞고 신 직접민주주의가 대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터넷,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개인과 소수가 발언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습니다. 게다가 젊은 세대는 국회 권위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아요. 대의민주주의를 해보니까 의원들이 ‘딴 이야기’만 하는 걸 절감했거든요. 앞으로는 정보기술 덕에 모든 이슈를 손쉽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의회와 정당의 역할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예측입니다.”

세계화와 인터넷 시대의 도래는 국제어로서 영어의 힘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어의 패권적 지위는 향후 어떻게 될까. 박 대표는 흥미로운 전망을 꺼냈다.

“영국문화원의 지원으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영어의 미래는 ‘아싱글리시(아시아와 잉글리시의 합성어)’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시아 인구의 증가가 가장 큰 이유죠. 아싱글리시 시대가 되면 아시아인들의 영어 발음이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거라는 전망이에요. 또 영어는 인터넷어, 로봇어, 글로벌비즈니스어로 굳건하게 위상을 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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