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고양이와 꾀 많은 쥐

욕심 많은 고양이와 꾀 많은 쥐

쥐를 잘 잡는 고양이의 조건은 까다롭다. 우선 눈과 귀가 밝아야 한다. 발톱이 날카로워야 하며,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걷는 발레리나 같은 발동작을 익혀야 한다. 또한 몸을 숨길 때는 등을 활처럼 구부렸다가 순식간에 일직선으로 뻗으며 튀어나가는 순발력과 정확성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머리까지도 좋아서 덧셈 뺄셈을 척척 해내었다. 그러나 셈을 알기 시작하면 욕심도 많아지는 법이었다. 검은 고양이는 셈에 눈을 뜨면서 물욕에 눈이 어두워졌다.

“먹이를 보면 즉시 잡아먹어야 한다. 뭐든지 때가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어려서 사냥하는 법을 배울 때 검은 고양이는 부모로부터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 검은 고양이는 그런 말을 한 쪽 귀로 흘려들었다.

다 자란 검은 고양이는 쌀이 가득한 광을 지키는 일을 맡았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키던 어느 날, 검은 고양이는 광 안에서 생쥐를 한 마리 발견하였다.

“이놈, 생쥐야!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라!”

검은 고양이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본 생쥐는 벌벌 떨면서 말했다.

“고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생쥐라 고양이님에게는 한 입도 안 됩니다요.”

생쥐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그래도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 널 잡아먹겠다.”

검은 고양이는 입맛을 쩍 다셨다.

“아이 참, 고양이님도. 제가 이곳 광에서 쌀을 많이 훔쳐 먹을 수 있도록 허락만 해주신다면 살을 통통하게 찌워 놓겠습니다. 그때 잡아 잡수시면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네 말이 그럴 듯하구나. 내가 너에게만 쌀을 훔쳐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주겠다. 대신 통통하게 살이 찌면 그때는 약속대로 네 몸을 내게 바쳐야 한다. 알겠느냐?”

“그,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약속을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생쥐는 이렇게 검은 고양이와 약속을 한 이후 매일 밤 광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쌀을 훔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셈에 밝은 검은 고양이는 생쥐가 광에 나타날 때마다 입맛을 쩍쩍 다셨지만, 나중에 통통하게 살이 찐 뒤 잡아먹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한 해가 지나자 생쥐는 어미 쥐가 되었다. 배가 통통한 것이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이젠 살이 통통하게 올랐으니 약속대로 네 몸을 내놓아라.”

검은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님! 제 배가 부른 것은 살이 통통 쪄서 그런 게 아니라 새끼를 뱄기 때문입니다. 새끼를 낳을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면, 그때 제 몸을 바치겠습니다.”

“새끼를 배었다고? 그러면 네 몸 속에는 새끼가 몇 마리나 들었느냐?”

“아홉 마리 들었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흐음, 그럼 너까지 합하면 도합 열 마리. 지금 너를 잡아먹는다면 나는 한꺼번에 열 마리의 쥐를 먹게 되는 게 아니냐?”

“아니지요. 이제 생기다 만 새끼를 쥐라고 할 수 있나요? 아홉 마리의 새끼를 낳아 키우면 그때 잡아 잡수셔도 늦지 않을 겁니다. 제 뱃속의 새끼들이 잘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고양이님 입장에서 볼 때는 저축을 해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새끼를 낳거든 그때 다 잡아 잡수십시오.”

쥐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검은 고양이는 다시 쥐가 새끼를 낳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광에 들어간 검은 고양이는 자신보다 몸집이 크고 기운도 센 도둑고양이를 만났다.

마침 도둑고양이는 뱃속에 아홉 마리의 새끼가 든 어미 쥐를 잡아먹은 뒤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도둑고양이 주제에 감히 내 구역을 침범하다니!”

검은 고양이는 왈칵 성질을 냈으나, 함부로 덤벼들지는 못하였다.

“아함! 새끼 밴 어미 쥐를 잡아먹었더니 배가 너무 부르구나.”

도둑고양이는 룰루랄라 노래까지 부르며 천천히 광을 빠져나갔다.

그 때 검은 고양이는 문밖으로 막 사라지는 도둑고양이의 꼬리를 바라보며, 그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죽 쒀서 개 준 꼴이군!”

검은 고양이가 벌레 씹은 얼굴로 내뱉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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