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서
숨쉬고 돌아다닌 길은 있었던 것이다
길고 가는 한 줄 선 속에 빛은 우겨지고
버팅겨 허리를 펴는 틈
미세하게 벌어진 그 선의 폭을
수십 년의 시간, 분, 초로 나누어본다
아아, 얼마나 느리게 그 틈은 벌어져온 것인가
그 느리고 질긴 힘은
핏줄처럼 건물의 속속들이 뻗어 있다

- 김기택, '틈' 중에서 -

긴장의 끈을 늦출 때 틈은 생깁니다. 틈이 벌어진다는 것은 그래서 경계를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틈은 반대로 경직된 것에 여유를 가져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틈이 있어야 숨을 쉬기 때문입니다. 매사에 빈틈이 없어야 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여유도 있어야 하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 틈. 그러나 틈이 너무 벌어지면 관계회복이 어려우니 조금 벌어졌을 때 서둘러 봉합해야만 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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