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이야기
어떤 사람이 성호 이익 선생을 찾아와 야생 거위를 기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불에 익힌 음식을 먹이자 거위는 몸이 뚱뚱해져 날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거위가 음식을 먹지 않고 한 열흘쯤 굶더니 몸이 가벼워져 멀리 날아가 버렸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성호 이익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 지혜롭구나. 스스로를 잘 지켰도다.'
송호 이익 선생은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안산의 궁벽한 시골에 은거하면서 생활 속에서 주변 사물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여 사물에 담긴 이치를 캐어 현실의 삶과 연관 시켜 기록한 '관물편'이란 책을 남긴 근세 실학의 큰 별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지금도 먹어서는 안될 음식을 먹고 비만이나 소화불량에 걸려 끝내는 잡아 먹히고 마는 인간 거위가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저 짧은 일화 속에 담긴 뜻이 산처럼 무겁게 느껴집니다.
- 백승훈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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