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에게 온정을 베푼 박문수 04

거지에게 온정을 베푼 박문수


04. 백일 정성 끝에 마련된 삼백 냥

그리고 나서 또 가는데, 거기는 산중이라서 한참을 가도 사람 사는 마을이 없었다. 그런 산중에서 갑자기 거지가 말을 꺼냈다.

“자, 이제 우리는 여기서 그만 헤어져야 되겠소.”

“아, 이 산중에서 헤어지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오?”

“염려 말고 이 길로 쭉 올라가시오. 가다가 보면 사람을 만나게 될 거요.”

그러고는 연기같이 사라졌다.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니 고갯마루에 장승 하나가 딱 버티고 서 있었다. 그 앞에서 웬 처녀가 물을 한 그릇 떠다놓고 빌고 있었다.

“장승님 장승님, 영험하신 장승님. 우리 아버지 백일 정성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한시 바삐 제 아버지를 살려 줍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박문수가 무슨 일로 이렇게 비느냐고 물어보니... 처녀가 울면서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관청에서 일하는 심부름꾼이온데, 심부름 중에 나랏돈 삼백 냥을 잃어버렸습니다. 내일까지 돈 삼백 냥을 관청에 갖다 바치지 않으면 아버지 목을 벤다는데,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여기서 백일 정성을 드리는 중입니다.”

박문수는 거지가 마련해 준 돈 삼백냥이 떠올랐다. 반드시 쓸데가 있으리라 하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로구나 생각했다.

돈 삼백 냥을 꺼내어 처녀한테 건네줬다.

“자, 아무 염려 말고 이것으로 아버지 목숨을 구하시오.”

이렇게 해서 억울한 목숨을 구하게 됐다.

그런데 그 처녀가 빌던 장승이 비록 나무로 만든 것이지마는 가만히 살펴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아까까지 같이 다니던 그 거지 얼굴을 쏙 빼다 박은 게 아닌가!

출처:『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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