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에게 온정을 베푼 박문수 01

거지에게 온정을 베푼 박문수

암행어사 박문수가 거지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때였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서 주막에 들었는데, 봉놋방에 턱 들어가 보니 웬 거지가 큰 대자로 퍼지르고 누워 있었다.

사람이 들어와도 본 체 만 체, 밥상이 들어와도 그대로 누워 있었다.

“거, 댁은 저녁 밥을 드셨수?”
“아, 돈이 있어야 밥을 사 먹지.”

그래서 밥을 한 상 더 시켜다 먹으라고 줬다.


그 이튿날 아침에도 밥을 한 상 더 시켜다주니까 거지가 먹고 나서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댁도거지고 나도거진데, 이럴 게 아니라 같이 다니면서 빌어먹는 게 어떻소?”

박문수도 영락없는 거지꼴이니 그런 말 할만도 하다. 그래서 그 날부터 둘이 같이 다녔다.

01. 세 사람 살려주고 사례로 받은 백 냥

제법 큰 동네로 들어서니 마침 소나기가 막 쏟아졌다. 그러자 거지는 박문수를 데리고 그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왓집으로 썩 들어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지금 이 댁 식구 세 사람 목숨이 위태롭게 됐으니 잔말 말고 나 시키는 대로만 하시오. 지금 당장 마당에 멍석 깔고 머리 풀고 곡을 하시오.”

안 그러면 세 사람이 죽는다고 하니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때 이 집 남편은 머슴 둘을 데리고 뒷산에 나무 베러 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이 아흔이라 미리 관목이나 장만해 놓으려고 간 것이다. 나무를 베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오자 비를 피한다고 큰 바위 밑에 들어갔다.

그 때 저 아래서‘아이고 아이고’곡소리가 들려왔다.

“이크,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나 보다. 얘들아, 어서 내려가자.”

머슴 둘을 데리고 부리나케 내려오는데 뒤에서 바위가 쿵 하고 무너져 내렸다.

간발의 차이로 위험을 모면하고 내려온 남편은 전후 사정을 듣고 거지한데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우리 세 사람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겠소? 내 재산을 다 달란대도 내놓으리다.”

“아, 정 그러면 돈 백 냥만 주구려.”

그래서 돈 백 냥을 받았다. 받아서는 대뜸 박문수를 주는 게 아닌가.

“이거 잘 간수해 두오. 앞으로 쓸데가 있을 테니.”

박문수가 가만히 보니 이 거지가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시키는 대로 돈 백 냥을 받아서 속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다.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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