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착각

*4대 착각

부처께서 말씀하신 3대 착각이 있다.

내가 오래 산다는 착각, 내 말이 다 옳다는 착각, 남들이 다 나를 좋아한다는 착각이다.

얼마 전 구명시식을 한 뒤 3대 착각에 한 가지 착각을 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항상 잘 해줬다는 착각이다.'

A씨에게는 친아들 같은 부하직원 B가 있었다. A씨는 부모 없는 B를 위해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했고 졸업 후 자기 회사에 취직시켜줬다. 남들이 뭐라 해도 B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다.

“아들보다 더 믿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걔만은 배신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B는 회사에서 많은 아이템을 개발했고 덕분에 회사도 크게 성장했다. 영원히 부하직원으로 남을 것 같았던 B는 몇 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중소기업을 차려 독립했다. A씨와 비슷한 업종이었다. 게다가 몇몇 직원들까지 데리고 나가버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아들 같은 B에게 배신당한 A씨는 마음의 상처가 컸다. 그래도 B의 회사가 잘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얼마 후 더욱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B가 동업자인 친구와 짜고 A씨 회사의 중요문서를 훔친 뒤 거액을 주지 않으면 기밀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것이었다.

인연이 악연이 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경찰에 체포된 B는 교도소에서 형을 살게 됐다. A씨는 B를 교도소에 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출소하면 다시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능력도 있고 머리도 좋은 아이였거든요.”

그러나 B는 출소 후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A씨는 B를 위해 구명시식을 청했다. 내내 눈물을 흘리며 “정말 아들처럼 잘해줬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제3자인 내가 들어도 A씨는 인생의 은인이었다. 그런데 막상 구명시식을 시작하자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신이 아버지처럼 잘해줬다고요? 내게 얼마나 인색했는지 아십니까?”

B영가는 A씨를 보자마자 분노를 쏟아냈다. 영가 말로는 A씨는 지갑을 열 때마다 온갖 생색을 다 냈다고 한다. 그래도 B는 충성을 다 했다. 회사에 있는 동안 아이템을 개발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지만 항상 ‘너는 내 아들이나 다름없다’며 보너스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줬으니 회사에서 따로 보너스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급도 안 되고 월급도 그대로였다. 보너스도 없었다. 결국 B는 회사를 그만 두고 동종업계의 중소기업을 차렸다.

“저는 아버지 같다고 하시니까 도와주실 줄 알았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었습니다.”

오히려 A씨는 B가 자신을 배신했다면서 거래처를 철저하게 끊어놓고 말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B는 할 수 없이 문서를 훔쳐 A씨를 협박하게 된 것이었다.

“왜 잘해준 것만 말씀하시고 제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노력한 만큼 이익을 돌려달라고 했을 뿐인데 저를 교도소까지 보내시다니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B영가는 구명시식 내내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사람은 남에게 잘 해준 것만 기억한다. 그러나 항상 남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 내가 베푼 은혜가 당사자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A씨는 B영가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네 가슴을 많이 아프게 했다. 용서해다오.”

마흔의 짧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B영가는 그제야 마음을 풀고 영계로 돌아갔다.

- 차길진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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