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강가에서
나비처럼 눈이 내리고 있다.
이런 날은 어디론가 달려가야만 한다.
차창을 부드럽게 껴안는 가벼운 눈송이와 어울릴
를 들으면서.
겨울강변에는 잔설처럼 보이는 물억새가 하얀 손을 흔들며
말없이 흐르는 강물에 작별을 고하고,
산이 제 얼굴을 내려다보는 물가엔 작은 새들이
부산한 몸짓으로 강을 간질이고 있다.
강이 꽝꽝 문을 닫기 전에
부지런히 제 흔적들을 새겨놓기라도 하려는 듯.
자연에 순응하며 유연하게 흘러가는 물은 그대로 음악이 된다.
이미 정해진 순서와 속도에 따라 열두 곡은 반복해 흐르지만,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흘러가버리는 것을 붙잡으려 들지 말라!'
강물이 타이르는 소리를 듣는다.
- 최장순, 수필 '12월의 강가에서' 중에서 -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상과 함께 역시 바삐 달려온 해입니다. 이제 차분히 지나온 길을 더듬어볼 시간을 가져보십시오. 좋은 일도, 부족했던 일도, 아쉬운 일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감사할 뿐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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