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을 귀찮아 한다면.

아내가 남편을 귀찮아 한다면.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어느 선배가 내게 들려준 "아내가 날더러 혼자 밖에 나가서 놀아라"는 말을 했다는 사연을 들려주었다.

은퇴하던 날, 숱한 세울속에 아내의 따뜻한 배려로 이토록 영예롭게 은퇴하게 되었음을 고맙게 여겼다. 해외와 부산을 전전하느라 가족과 함께 오붓히 지냈던 날이 얼마 되지 않았으나, 자식들이 번듯하게 성장한 것은 모두 다 아내 덕분이다. 퇴임하던날, 이 남편은 결심했다. 나머지 세월은 아내를 위해 살겠다고.

그날 이후 선배는 아내와 국내외 여행을 쉬지 않고 다녔다. 젊은 시절 고생한 만큼 그 정도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백화점에서 아내의 핸드백을 들고 아내가 사고 싶은 옷을 결정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다. 스커트 하나 사는데도 아내의 결정은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이전 같으면 이내 짜증내고 돌아 섰겠지만 지금은 느긋하니 오히려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손잡고 다니는 것은 아직도 어색했다. 그러나 그다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아내도 즐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은근하다. 아,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구나. 이런 노후가 있으려고 내가 그렇게 고생했구나. 이런 생각도 자주 들었다.

그렇게 한 석 달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식탁에서 갑자기 아내가 진지한 얼굴로 할 말이 있단다. 그리고 답답하다는 표정과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 이제 좀 혼자 밖에 나가서 놀 수 없어?"

아내의 생각은 달랐던 거다. 평생 고생한 남편을 위로하느라 참고 함께 다녔던 거다. 하나도 재미가 없었지만 참고 따라다녔을 뿐이었단다.

회사가 있고, 함께 몰려다닐 동료가 있을 때는 이런 아내의 푸념 정도야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아내와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

흔히들 착각한다.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 행복해질 거라고. 그러나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행복해질 수 없다. 도대체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행복해질 것 아닌가?

아내와도 마찬가지다. 함께 행복한 기억이 있어야 행복해질 것 아닌가? 경험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데, 어찌 갑자기 행복해지겠는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카네만 교수는 행복을 아주 간단히 정의한다.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하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동네어귀를 손잡고 산책하거나 노천카페에 앉아 함께 커피를 마실 때 기분 좋았다면 그 일을 반복하면 된다. 팔짱 끼고 음악회를 가는 일도 추천할 만하다. 잘 차려 입은 아내를 본 기억이 정말 오래되지 않았는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행복할 것이라는 강박에서도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재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된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재미만 기대하니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잃고 산다. 세상이 자주 뒤집어지지 않으니 폭탄주로 내 속만 자꾸 뒤집는 거다.

내 친구는 새소리 듣는 게 그렇게 재미있단다. 소리만 듣고 50종류의 새를 구별할 수 있다면서, 새소리만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또 한친구는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기분 나쁘면 카메라를 메고 어디든 혼자서 돌아다닌다. 사진을 통하여 풍물도 즐기니,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 늙어서 “혼자 밖에 나가 놀아라”는 말을 듣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부터 만들어서 취미생활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 아내도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다.

내가 세상을 재미있어 해야 아내도 함께 있는 것을 행복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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