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무화과

선잠을 따라 아뜩히 건너온 당신의 앓는 소리는
슬픈 노래 끝에 잦아드는 후렴이었네

앞섶을 파고드는 어린것 떼어내며
곧 돌아올게, 손 약속을 했다고
남몰래 젖몸살 앓으며 여름 길을 뛰었다고
신음 섞어 자장가 아닌 자장가를 불러줄 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더라고, 당신의 종잇장 같은 품이 그립더라고
후련히 쏟아내지 못한 말들

당신의 봄날 궁금해 물으면
네가 내 봄날이지, 네가 내 꽃이야
웃음으로 넘기던 당신이 못내 측은해
끙 돌아누우며 억지 잠 불러들이곤 했네

버스터미널 옆 장터
먹어봐, 벌건 속이 바로 꽃잉께
노파의 주름진 손이 건넨 무화과 달게 베어 물 때서야 알았네

모진 시간으로 싹 틔운 생의 씨앗 애지중지 가슴으로 꽃피운 그때가
당신의 봄날이었음을

- 최선옥 ,'무화과' -

요즘 무화과가 한창 맛이 들었지요? 눈에 띄게 예쁘지도 않고 강한 향을 지니지 않았어도 속에 감춘 뜨거운 그 무엇이 있는 무화과입니다.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둔 사랑도 무화과 그 속을 닮지 않았을까요. 잘난 것, 보여주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요즈음 남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채워가는 사람들이 좋아 보입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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