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게 물리다니!

모기에게 물리다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도
모기에게 물리다니.

- 이싸, '한 줄도 너무 길다' 중에서(류시화 엮음, 이레출판사) -

어린 시절, 여름 날 저녁이면 아버지는 약쑥을 꺾어다 모깃불을 피우고 마당에 멍석을 펼쳐 놓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하나씩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버지 무릎 베고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이다 보면 극성스런 모기한테 물리기 십상이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모기는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인데 하이쿠 한 줄 읽고 보니 장군죽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납니다.

올해도 모기에게 물리다니!

살아 있기에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계절의 변화를 읽습니다. 각다귀 떼에 물릴 수 있는 것도 살아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살아 있음이 진정 축복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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