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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찾아가는 숲

우리가 우리를 찾아가는 숲

고라니 한 마리가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숲이 있었고, 사람이 사람을 피해 숨어 사는 숲도 있었다. 우리는 그를 은자(隱者)라고 불렀으나 그는 언제나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야만 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이 들어가도 스스로에게 자신을 숨길 수는 없었다. 우리가 우리를 숨기는 숲이 있었고, 우리가 우리를 찾아가는 숲이 있었다.

- 정승윤, 수필 '숲' 중에서 -

홀로 있거나 고요히 지내고 싶어 하지만 얼마나 지속이 될까요. 주변이 적막해도 내안에 몰려온 갈망들로 시끄러워지는 시간입니다.

산다는 것은 결국 서로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숲에서 우리는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나무들, 그 숲이 푸르러지고 살만한 곳이 되려면 서로 어우러져야만 하는 것, 우리가 우리를 찾아가야만 하는 것일 테지요.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그릇과 내용물

그릇과 내용물

여자는 얼굴, 남자는 키. 뭐 이런 것들이 젊은이들에게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모델라인으로 치장한 외모에도 지성이 깃들지 않으면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감추고 감추어도 속은 드러나게 마련, 예쁜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 그럴듯하지 않다면 끔찍할 것이다. 투박해도 깨끗한 것이 담겨있다면 더 아름답다.

(중략)

신은 기계로 찍어내듯 사람을 세상에 내지 않았다. 누군가를 삶의 모델로 삼아도 똑같이 모방하며 살 수는 없다. 인간은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가. 나답게 사는 인생은 향기롭다.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찔레꽃처럼, 해바라기를 부러워하지 않는 채송화처럼 말이다.

- 박경주, 수필집 '여우와 포도밭'중 '루저 이야기' 부분 -

아들이나 딸이 결혼적령기가 되니, 그 또래의 젊은이들이 눈에 든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맘에 쏙 드는 청년은 사윗감으로, 참한 아가씨는 며느릿감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외모가 먼저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예쁜 사람이 오래 남지요. 그래서 인성과 예절과 가치관이 중요한 것이지요.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너와 나, 라는 기둥

너와 나, 라는 기둥

기둥이 약하면 집이 흔들리듯 의지가 약하면 생활도 흔들린다.

- 에머슨 -

너, 라는 기둥과 나, 라는 기둥이 튼튼해야 집안이 잘 유지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나라가 끄떡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쪽 기둥이 저쪽 기둥을 자꾸만 들썩거리게 하고 이쪽 기둥을 저쪽 기둥이 건드려서 불안한 집이 되기도 합니다.

생활도 이와 같아서 때때로 흔들리는 마음에 결심이 무너지고 계획이 무산됩니다. 튼튼한 기둥, 견고한 의지만이 흔들림 없는 집의 기초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그대의 손수건

그대의 손수건

어느 눈물어린 호사가
그대 서러움의 고비마다 향내음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한 점 고뇌의 시선이 그들에게 다가서
멈추는 아픔 뒤에 휴식이 되는
망각의 손수건 하나 고요로 건낼 수
있도록

- 고광수, '그대의 손수건' -

그토록 뜨겁게 세상을 달구고 마음을 아프게 했던 큰 사건들. 그러나 시간은 그 기억들을 지우고 사람들 역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느라, 또 다른 사고와 사건을 접하느라 지난 일들을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당사자들은 서럽다고 하고 가슴이 더욱 아프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잠시 뒷전에 밀어둔 것뿐입니다. 문득, 여전히 아플 누군가를 기억하며 미안함과 함께 눈물을 닦아주고픈 마음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내 일, 남의 일

내 일, 남의 일

사람은, 자기 일보다 남의 일을 더 잘 알고 더 잘 판단한다.

- 테렌티우스 -

이상하지요. 내 문제는 잘 안 보이는데 남의 문제는 잘 보이는 것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하는지 몰라 주저할 때 남이 조언을 해주거나 가르침을 주지요.

마찬가지로, 내게는 그렇게 어렵던 일이 남의 상황일 때는 문제점이 훤히 보이기도 합니다. 결과가 보이고 대처해야할 방법도 보입니다. 그래서 남의 일에 참견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러나 때로, 문제꺼리도 되지 않는 것을 너무 간섭하고 부풀려서 일을 크게 만들기도 하지요. 그래서 조심스러운 것이 남의 일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사과와 謝過

사과와 謝過

사과를 받았습니다.

그럴싸해 보이는 사과인데
왜 이리 맛없는 사과일까요.
'사과 맞아?'
겉은 사과인데
속은 내가 생각하는 사과가 아닙니다.

사과와 사과(謝過).
하와와 뉴턴과 스피노자와 빌헬름 텔과
백설 공주의 사과도.
눈만 뜨면 바라보는 그 네모난 사과도 아닌
謝過를 받고 보면
그것이 너무나 형식적이어서
불편한 사과일 때가 있습니다.
마치 맛없는 사과를 받은 듯 말이지요.

누군가에게 사과를 건네시려면
마음에 쏙 드는 사과,
정말 맛있는 사과를 전해보세요.
진정한 사과가 최고랍니다.
요즘 겉만 요란한 사과가 너무 많습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의자

의자

공원의 야트막한 언덕바지에 의자가 하나 서 있다. 젊은 날에는 튼튼한 신체를 가진 자존심이 강한 의자였으나, 이제는 닳아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데다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 왠지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한다. 몸이 무거운 사람이 앉으면 철제 다리의 이음매가 헐거워진 탓에 일쑤 삐걱거린다. 그래도 평생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내어주는데 이골이 난 터라, 사람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품어주는 데는 미립이 섰다. 그곳에 앉으면 등이 배기는 법이 없다.

- 정희승, 수필 '의자' 중에서 -

의자는 다녀간 엉덩이를 기억한다지요. 그래서 좀 더 편히 쉴 수 있도록 제 각도를 잡아주는 것일까요.

어느 의자보다 편한 의자는 집안의 의자겠지요.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의자, 직함이 없는 의자이니까요.

어느 누구에게 한번쯤 의자노릇을 한 적 있는지, 그 의자가 안락함을 주었는지, 가만 나를 돌아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중심을 찌르지 못하는 말일진대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채근담 속 말씀입니다.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우리는 과거를 들추고 그 과거에 발목이 묶이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렇다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고리처럼 연결된 것일 테지요.

요즘, 무서워서 말 한 마디 제대로 하고 살겠냐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도 제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속은 안 그러면서도 겉은 합리적인 듯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사람이 더 와 닿기도 합니다.

본질은 사라지고 주변의 말들만 분분한 것은 핵심과 멀어진 말들을 쏟아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나타내고,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알게 하는 것이니 너무 한쪽으로 쏠림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을 변명하기보다는 내 생각이 이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변명하고 빠져나가려는 데서 갈등이 반복되는 듯합니다.

어쩌면, 침묵이 가장 편한 방법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 또한 기준에 따라 다르니 참 어려운 일입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거미에게 배우다

거미에게 배우다

직조의 무늬가 있는 투명한 거미줄은
공중의 날개 같다
흔들흔들 날아오르는 날개
한동안 날개에 맺혀 있는
이슬의 세상을 터뜨리며 놀았다
그 이슬 다 따도
목 한번 축이기도 모자랐다
도시의 이쪽과 저쪽을 묶어놓고
거미줄에 스스로 걸려들었다

고요하게 기다리는 거미를 배운다
내 속에서 나온 가느다란 길을 나는 믿는다

- 박무웅, 시 '거미에게 배우다' 부분 -

나무와 나무를 기둥으로 삼고 도리와 보와 종도리를 올리는 거미. 거기에 대들보를 얹고 서까래를 거는 거미는 꼼꼼한 건축가입니다. 공중에서 흔들거려도 쉬이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집을 보며 인생을 배웁니다.

세상의 거미줄에 걸리지 않고 나만의 든든한 집, 마음의 집 한 채 짓는 오늘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네가 그렇다

네가 그렇다

꽃은
제 힘으로 꽃잎을 펴고
제 힘으로 비를 견딘다
그래도 향기만은 어쩌지 못한다
네가 그렇다
내 앞에서는

- 최인숙, '네가 감추고 싶어 해도 나는 다 알아' -

스스로 알아서 피고 스스로 알아서 지는 꽃처럼 언제가 중요한 때여서 나서야 하는지, 또 언제가 나를 가라앉혀야 하는지를 아는 지혜가 있다면, 사람들은 언제나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러나 나서야 할 때는 눌러있고 자제해야 할 때 나서는 실수를 하는게 삶이어서 어렵고 힘이 듭니다.

향기가 도는 사람, 함께 있으면 그냥 좋은 사람은 원숙함과 포용과 겸손을 겸비한 분이겠지요. '네가 그런 사람이야.' '당신이 그런 분입니다.' 그렇게 꼽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오죽했으면 그럴까

참을성이 있는 사람의 분노의 폭발에 조심하라.

- 존 드라이든 -

평소 조용하던 사람이 어느 날 돌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래 그런 성향이 잠재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한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와서 비로소 화를 내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늘 화를 내던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넘어가겠지만, 오죽했으면 그럴까, 잘못된 것을 시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목소리 큰 사람에게만 빨리 대응하는 습관 때문에 점점 더 목소리를 키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내가 먼저 변화하면

내가 먼저 변화하면

갈등 관계에 처할 경우 대부분 상대가 변화해야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해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다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오히려 쉬운 것은 내가 변화하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변화하면 의외로 쉽게 갈등도 해결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도 바뀌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 정소연 님, '내가 먼저 변화하면' -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당신이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

당신이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

당신이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
(Count your blessings.)

- 서양 속담 -

우리는 갑자기 닥친 불행 앞에서 쉽게 절망하고 주저 앉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삶 속에는 많은 축복이 들어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축복받은 것입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자신이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가족, 나를 잘 이해해 주는 친구, 따뜻한 이웃이 모두 축복입니다.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눈과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와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 있는 손을 지닌 것도 축복입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축복을 하나씩 세어가다 보면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 당신이 얼마나 큰 축복 속에 살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축복 속에 살고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그립다는 건

그립다는 건

그립다는 건
새벽이슬 생각이
아침햇살 영롱함으로 깨어나
하늘하늘 의식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그립다는 건
끝나지 않을 열정이
끝낼 수 없는 순정으로 갈아입고
사뿐사뿐 님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건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고
만질 순 없지만 만날 순 있는 것으로
오가는 정, 향함이 되고
서로의 님, 위함이 되어
사람인(人)의 가치가 기꺼움으로 옷입고
버팀목(木)의 철학이 살가움으로 나들이
내 인생의 동반자란 사랑의 고백을 낳는 것이다.

- 안상인님 '그립다는 건' 전문 -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저어라.

- 윈스턴 처칠 -

인생은 돛단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일과 같습니다. 바람이 불 때에는 가만히 있어도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만 바람이 불지 않을 땐 노를 젓지 않으면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요행만으로 얻어지는 행복은 없습니다. 땀흘려 노력한 사람만이 행복이란 항구에 닻을 내릴 수 있습니다.

나아가고자 한다면 노를 저으십시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우리가 두려운 것은

돌은 돌일 뿐
돌을 쥔 손으로는 주먹을 펼 수 없고 주먹을 쥔 손으로는
돌을 던질 수 없다 돌과 주먹,

어디에선가 허다하게 쥐어본 것도 같은
그러다가
돌은 떠나고 주먹만 홀로 용서를 배운 것 같은

- 박경원, 시 '돌과 주먹' 중에서 -

어느 누구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파르르 쥐어지는 주먹. 서슴없이 돌팔매질이라도 할 것 같은 요동치는 마음. 그러나 누구에게 돌을 던지고 누구에게 분노를 돌리겠습니까.

용서에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까요. 그 시간까지 거쳐야할 마음의 고통이 크다는 게 지금의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또 잊어가는 것이 사실은 두렵습니다.


From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낙타의 눈

낙타의 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몽골 고비사막. 유목민들은 이정표 없이도 묵묵히 길을 떠납니다. 적당한 장소에 도착하면 한사간이면 족히 지을 수 있는 이동식 집 '게르'를 짓습니다. 그리고 어린 낙타는 게르 주변에 매어놓고, 큰 낙타들을 데리고 물을 찾아 나섭니다. 실컷 물을 먹은 낙타는 위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몇 주를 물 없이도 견딜 수 있습니다.

낙타는 사막의 교통수단이자 짐꾼입니다. 철거한 게르며 살림, 그리고 사람을 태우고 갑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털을 방한용으로 내주고, 젖을 내주고, 최후에는 제 몸을 겨울식량으로 내줍니다.

낙타의 기다란 속눈썹 속 커다란 눈은 선한 이의 눈을 닮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낙타는 감정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울음소리는 한없이 애잔합니다. 낙타는 보통 생후 5년이 되면 새끼를 갖는데 출산 때가 되면 사람과 적을 피해 홀로 안전한 장소로 가 온몸을 뒹굴며 산고를 이겨냅니다.

그렇게 새끼를 낳고 온몸을 핥아주는 낙타.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본 낙타의 눈은 슬프고도 따스했습니다. 요즘 그 낙타의 눈이 왜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 최선옥 시인


사색의 향기님으로부터 받은 글입니다.

세상의 소금이 되라

세상의 소금이 되라

먼 옛날 어부(漁父)는 실의에 잠긴 굴원(屈原)에게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면서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하고, 탁하면 발이나 씻으면서 때를 기다리라고 충고했다. 맹자는 또 '백이(伯夷)야말로 다스려진 세상에는 나아가고 어지러운 세상에는 물러났으니 성인으로 청백한 사람이다'고 칭송했다. 하지만 소금은 이와는 거꾸로 몸담고 있는 세상이 평화롭고 맑으면 그 안에 숨어 유유자적하고, 요동치면서 들끓으면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처신하는 게 최선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굴원과 백이의 사례에는 물론, 로마의 지배를 받던 암울하고 어지러운 때에 홀연히 나타나 세상의 소금이 되라고 한 성인의 외침에도 삶의 지혜가 담겨 있으므로.

- 정희승, 수필 '소금' 중에서 -

물에 녹아있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물이 증발되면 결정체로 남는 것이 소금입니다.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성인의 말씀처럼, 신산한 세상살이에 눈물이 말라도 소금이 되는 삶을 동경하며, 그렇게 살고자 애써봅니다.


사색의향기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자유로워진 영혼

자유로워진 영혼

수영장이 있는 근사한 집, 최고급 외제 승용차, 달콤하고도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다 멍든 지난 실패가 결코 후회스럽지 않다. 그 아픈 날들이 있었기에 깨달음도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잃었음'으로 끝나지 않고 잃은 끝에 '얻었음'이 있어 다행스럽다.

- 노수민 소설가, '자유로워진 영혼' 중에서 -

최고급 물질의 풍요로움은 사라졌지만, 정신적으로 만족스럽다면 잃었음이 아니라 얻었음이라는 작가의 말이 와 닿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물질과 정신 사이에서 가끔은 혼돈에 드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품에서 내려놓음으로써 다시 품안으로 찾아드는 귀한 것은, 나를 둘러싼 형식에서 벗어나거나 그것들을 부리는 자유를 얻었음일겁니다. 이것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을 터,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나이 듦으로서 얻는 것들이 참 많은 듯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행복, 힐티

불행은 행복에 속한다

인간 생활에는 불행이 필연적으로 따라다닌다. 조금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불행은 행복에 속한다.

- 힐티 -

행복과 불행을 구분 짓는 것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한 것입니다. 또한 타인의 시각이기도 합니다. 남의 일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쁜 일과 힘든 일은 날실과 씨실처럼 서로 교차되어 인생을 직조하는 것.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삶, 불행도 다 하면 행복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마음 조급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