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한다.

난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한다.

어떤 아내가 이런 고백을 합니다.

“저는 언제나 2순위였어요. 남편의 머릿속에는 자기 엄마 밖에 없어요. 그럴 바에는 자기 엄마하고 결혼하지 왜 나랑 결혼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이 고백에 대해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 이야기는 상담실에서 꼭 듣게 되는 내용 중에 하나입니다. 이럴 때 아내가 느끼는 감정은 ‘남편이 남~~의~~편이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리 배우자라는 것입니다. 대리배우자란 배우자를 대신하는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호적상으로는 모자지간인데 정서적으로는 엄마의 남편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리배우자는 엄마의 보호자이기도 하며 동시에 엄마의 위로자이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모자의 관계가 아주 끈끈한 관계가 됩니다.

엄마의 명령, 엄마의 부탁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들입니다. 이런 남자들은 아내가 뭔가를 요구 할 때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어머니 편에 서게 됩니다. 사실 대리배우자의 문제는 대한민국 가정의 아픔입니다. 유교문화권의 답습이기도 합니다. 조상들의 경우 운명이려니 하고 살아왔지만 시대와 사회가 변화면서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외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대리배우자가 생겨나는 것일까요?

여자는 결혼할 때 남자 하나만 봅니다. 이 남자가 평생 자기를 도와 줄 것이라는 믿음 하나만 가지고 시집을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유교문화는 부부사이를 수평으로 두지 않고 수직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표면적인 남편은 있지만, 수평관계로 정서적인 교류를 나누는 남자는 없는 정서적 과부가 됩니다. 그리고 결혼한 여자가 해야 할 일중의 대부분은 시댁과 관련된 일입니다. 결혼한 후 호칭부터 변하게 됩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 시삼촌...등. 다만 남편을 부를 때만 시남편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왜?

남편은 내 편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여자가 시댁과 시댁 일에 치여 있을 때 남편은 바깥사람이라고 바깥으로 돌게 되는데 이것은 부부 둘만의 관계를 더 멀어지게 합니다. 그런 아내는 정서적과부로 지내다 보니 남편의 손길이 더욱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다 아주 젊고, 싱싱하고, 이쁘고, 기특하고, 괜찮은 남자 하나를 구하게 됩니다. 바로 아들입니다. 아들의 탄생은 아내로 하여금 ‘시댁에서 정식 발언권을 갖게 하는 큰 힘’이 되고 나의 신분을 격상시켜 주는 고마운 남자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아들에게 모든 사랑을 주고 헌신을 합니다. 바로 이것이 대리배우자가 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새 남편인 아들이 초등학교 3, 4 학년쯤 되면 아주 기가 막힌 사랑표현을 해 옵니다.

“엄마, 난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엄마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

이 말에 아내는 “그래. 내가 이 남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지.” 라고 헌신의 의지를 더욱 불태우게 됩니다.

새 남편과 사랑이 더욱 싹트는 사이에 원래 남편과는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50살이 넘어가면 버릴 것 1순위에 남편을 올려놓게 됩니다. (그리고 50세를 넘긴 아내들이 절대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이 1순위가 돈, 2위가 친구, 3순위가 건강, 마지막 4순위가 바로 딸이라고 합니다. 50세를 넘긴 남편들이 꼭 가져야 할 것은 첫 번째가 아내, 두 번째가 마누라, 세 번째가 집사람, 네 번째가 안사람 이라고 합니다.)

새 남자인 아들이 성장해서 장가를 가고 며느리가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부터 아들을 중간에 두고 삼각관계가 형성 되고 어머니와 며느리는 연적(戀敵)관계가 됩니다. 시어머니가 된 여자 입장에서는 내가 애지중지(愛之重之) 키워 온 남자를 젊은 여자 하나가 들어와서 뺏어간 것이 됩니다. 그러니 새로 들어 온 젊은 여자가 용서가 될 수 있을까요?

며느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핍박을 받게 됩니다. 흔히 고부간의 갈등이라고 말을 하지만 틀린 표현입니다. 이것은 시어머니의 일방적인 핍박인 것입니다.

갈등이란 것은 힘의 원리가 비슷할 때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엄마의 대리배우자로 자라온 아들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한 여자의 남편으로 자라왔기 때문에 엄마와 아내 중간에서 자기가 뭘 해야 될지 모르는 비겁한 남자, 자기 영역을 지키지 못하는 남자가 됩니다. 며칠 전 제게 상담을 온 50대 여성 한분이 계셨는데, 이분은 시어머니에 대해 분노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유는 ‘시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며느리는 돈 안 드는 식모다.’라고 얘길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은 이 말을, 더 이상 듣기 싫어 분노가 가득 차 있는 것이었습니다.

두 여자가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남편은 어느 편에 서야 할까요? 당연히 아내 편에 서서 싸워야 하는데, 대리 배우자가 된 남편은 엄마 편에 서서 아내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됩니다. 그런 아내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되고, 복수를 생각합니다.

물론 이 복수를 실행하는 것은, 남편을 버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중년기 이후가 됩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젊었을 때 아내와의 관계보험을 잘 들어둬야 중년이 편하게 됩니다. 대리배우자 남편은 시간이 지나 갈수록 아내는 마음속으로 독기를 품고 겉으로는 도끼를 든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두 여자 사이에 낀 이 남자를 샌드위치맨(sandwich man)이라고 합니다. 두 여자 사이에서 견디지 못한 남편은 다른 곳으로 나가게 됩니다. 진짜 여자를 구해서 나가기도 하고, 일에 몰두해서 나가기도 합니다. 일이라는 대상이, 남자에겐 괜찮은 탈출구입니다. 보상을 주고, 인정도 받고, 넉넉함을 줍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것은 역시 아이들입니다. 또 남편을 뺏기고 정서적으로 과부로 살아 온 아내 역시, 자신의 아이들을 대리배우자로 만들게 됩니다. 이런 것들을 상담학에서는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라고 합니다. 이것을 해결하는 마스터 키는 남편에게 있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아내에게 “여보 난 당신편이야.”라고 말 할 수 있다면 베스트입니다.

-옮긴글-


받은 글입니다.

위에서 말한 '정리'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참 어려운 부분이고, 잘못되면 베스트가 아닌 최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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