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굴욕

불온한 방문자다. 검정색 운동모자를 눈썹까지 눌러쓴 남자가 사립문을 밀치고 들어선다. 예고도 양해도 없이 마치 자기 집에 들어오는 듯 태도에 거침이 없다. 잔디밭을 뒤덮은 시든 꽃다지를 거두다 말고 엉거주춤 엉덩이를 일으킨다.

"고물 없어요?"

사포처럼 거친 목소리다.

거두절미, 용건으로 바로 치고 들어온다. 정체를 밝힌 남자의 시선이 집 전체를 빠르게 일별한 후 잡동사니를 쌓아 놓은 헛간으로 향한다. 내가 미처 발을 떼기도 전에 남자는 건들거리며 손끝으로 헛간에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집적거리고 있다.

- 송혜영, 수필, '굴욕'중에서 -

요즘 '굴욕'이라는 말을 많이 쓰더군요. 연예인 기사나 잡담 중 쓰는 굴욕은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풍겨서 제3자가 보는 잠깐의 관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굴욕은 남에게 억눌려 업신여김이나 모욕을 받음이니 될수록 적게 느끼고, 가능하면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제일일듯 싶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심정을 곱씹어서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다짐을 하니, 긍정으로 여기고도 싶습니다.

그래도 '굴욕'은 여전히 굴욕을 느끼게 하는 말임이 틀림없습니다. 굴욕당하지도, 굴욕을 주지도 말아야 하는 이치지요.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삶이라는 책

삶이라는 책

우리는 언제나 운명이 결정해준 만남 안에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손을 맞잡은 채 ''삶이라는 책''을 함께 쓰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림 하나씩을 보탤 뿐이지만, 마지막에 가서 이 모든 것들의 의미를 갖는다. 한 사람의 행복이 모든 이들의 기쁨이 될 것이다.

- 파울로 코엘료 / 알레프 -

초록그늘을 환하게 밝히는 꽃 - 백선

초록그늘을 환하게 밝히는 꽃 - 백선


오월의 숲에
어여쁜 백선 꽃이 피었습니다.
초록 그늘이 환해졌습니다.

거리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내 마음밭이 환해졌습니다.

글.사진 - 백승훈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작심삼일이 되지 않는 길

작심삼일이 되지 않는 길

험한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처음에 천천히 걸어야 한다.

- 셰익스피어 -

각오만 단단해서 처음과 달리 금세 지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조금씩, 융통성 있게, 내게 맞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익숙해지면 속도를 내면 되는 것이지요. 계획만 무성한 일이 반복된다면 자신의 방법을 달리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의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

(잠언 27:1~2)

숯처럼

숯처럼

잿무덤 속에는 사리가 들어 있습니다.
사제들이 사리를 조심스럽게 모아 관에 넣으면
장례식은 끝이 납니다.
그 사리가 바로 숯입니다.
숯이 됨으로써 나무의 생은 끝났지만,
숯이라는 새로운 생애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 차창룡, 시 '숯공장 탐방기' -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나로 거듭난다는 것, 더 나은 나로 변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요소들을 잊는다는 것, 과거의 인습을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는 자신을 다 비우고 다시 태어나 타인을 위해 애쓰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숯처럼, 자신을 다 비워서 가벼워진 그들을 통해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배우곤 합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으면 남을 원망하지 말 것.
슬픈 일이 있으면 잠시 혼자 있을 것.
슬픈 일이 있으면 조용히 생각할 것.

- 하이타니 겐지로 -

꿀풀 - 달콤한 추억의 꽃

꿀풀 - 달콤한 추억의 꽃


초록 들판에
보랏빛 꿀풀 꽃이 피었습니다
꽃 하나 따서 입에 넣고 빨면
달콤한 꿀이 군침을 돌게 하던 꿀풀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습니다.
슬픈 기억은 눈물이 나게 하지만
달콤한 추억은 절로 미소 짓게 합니다.

어린 시절 하굣길에
꿀풀 가득한 풀밭에 앉아
동무들과 꽃을 따서 꿀을 빨던 기억

'추억'이란 꽃말을 지닌 꿀풀
꽃 앞에 앉아 생각합니다.
추억은 지나간 시간 속에 들어 있지만
그 달콤한 추억들이 나를 살게 한다는 것을
환한 꽃밭으로 나를 인도한다는 것을.

오늘 하루
꿀풀처럼 달콤한 추억 만드시는
그대이길 빕니다.

글.사진 - 백승훈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향기메일입니다.

한발한발 앞으로

한발한발 앞으로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자기가 바른길로 들어섰단 확신만 있다면 남들이 뛰어가든 날아가든 한발한발 앞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 한비야, ‘어디로 가든지 목표만 있다면’-

절대 포기 하지마라

절대 포기 하지마라


이 그림을 책상 머리에 붙여놓고 좌절과 체념이 찾아 올 때마다 쳐다보곤 용기를 얻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세요.

내게는 오래된 그림이 한 장 있다. 오래 된 일이라 누가 보내 줬는지 잊어 버렸다.

자본도 없이 망한 식품점 하나를 인수해서 온 식구들이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이민생활 초기였다.

당시 누군가 연필로 대충 그린 그림 한 장을 보내 줬는데 휴스톤에 사는 미국 친구인 것 같은데 누구인지는 가물가물하다. 하여튼 그 날 이후, 황새에게 머리부터 잡혀 먹히게 된 개구리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을 다 해 황새의 목을 조르고 있는 이 한 컷 짜리 유머러스한 그림은 내 책상 앞에 항상 자리 잡고 있다.

그림을 설명하면, 잡풀이 깔린 호숫가에서 황새 한 마리가 개구리를 막 잡아내어 입에 덥석 물어넣은 모습이다. 개구리 머리부터 목에 넣고 맛있게 삼키려는 순간, 부리에 걸쳐 있던 개구리가 앞발을 밖으로 뻗어 황새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느닷없는 공격에 당황하며 목이 졸리게 된 황새는 목이 막혀 숨을 쉴 수도 없고 개구리를 삼킬 수도 없게 되었다.

나는 지치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이 그림을 들여다보곤 했다. 이 그림은 내가 사업적인 곤경에 빠졌을 때 그 어느 누구보다도 실질적인 격려를 해주었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일깨어 주었다.

무슨 일이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회를 살피며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개구리를 보며 얻을 수 있었다.

가족이 운영하던 사업이 차츰차츰 성장을 하면서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하여 돈을 버는 구멍가게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려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가 몇 년 동안의 수고를 다 잃어버리고 난 아침에도, 나는 이 그림을 드려다 보고 있었다.

재산 보다 많은 빚을 가지고 미국이란 나라에서 실패를 딛고 다시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절망감이 온 몸을 싸고 돌았고, 나의 실수가 내 부모님들의 노후와 아이들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죄책감과 절망이 머리채를 휘어잡게 하곤 했던 시절이었다.

어느 수요일, 아침 저녁으로 지나가는 길에 있던 휴스톤의 유명한 소매 유통업체가 경영자들의 이권 다툼 끝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장 하나당 시세가 4백만불이나 된다는 그 회사는 내 형편으로 언감생심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동양인에게는 절대 안 넘기겠다는 이상스런 소문도 들렸다.

주머니를 뒤져 보니 68불(68만 불이 아니다) 정도가 있었다. 당장 그 회사 사장을 찾아내 약속을 하고 그 업체의 거래 은행을 찾아가 은행 부행장을 만나 도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매일 아침마다 그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저건 내꺼다. 저건 내꺼다” 라고 100번씩 외치고 지나갔다. 그로부터 8개월을 쫓아다닌 후, 나는 네 개의 열쇠를 받았다. 나의 죽어가는 회사 살리는 재주를 믿어준 은행과 내 억지에 지쳐버린 사장은 100% 융자로 40년된
비즈니스를 나에게 넘긴 것이다.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이익의 25%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통해 동요하는 직원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키워나갔다. 매출은 1년 만에 3배가 오르고 이듬해는 추가 매장도 열었다.

만약 그때 내가 절망만 하고 있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그 개구리처럼 황새의 목을 움켜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수많은 절망적인 상태에 놓이게 된다.

결코 다가서지 못할 것 같은 부부간의 이질감, 평생을 이렇게 돈에 치어 살아가야 하는 비천함, 실패와 악재만 거듭하는 사업, 원칙과 상식이 보이지 않은 사회정치적 모멸감, 이런 모든 절망 앞에서도 개구리의 몸짓을 생각하길 바란다.

요즘 우리 인생은 불과 내년 예측도 할 수가 없다. 나는 과연 내년에도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나는 과연 내년에도 이 곳에 살고 있을까? 나는 과연 내년에도 건강하게 살고 있을까?

격랑의 바다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 모두에게 개구리의 용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이 그림의 제목을 “절대 포기하지 마라.” 라고 붙였다.

황새라는 운명을 대항하기에는 개구리같은 내자신이 너무나 나약하고 무력해 보일 때가 있다.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마라. 당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는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운명이란 투박한 손이 당신의 목덜미를 휘감아 치더라도 절대로 포기 하지 마라. 여러분도 오늘부터 마음속에 이 개구리 한 마리를 키우기 바란다.


지인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