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에누리
누군가 나에게 물을까봐 고개를 숙였다. 사실은 아무도 묻지 않는데, 주눅이 먼저 들었다. 내 곁자리의 그녀가 파랗게 젊고 내 앞에 보이는 또 다른 그녀의 머리카락이 윤기 나게 젊고 저 너머 흘깃 보이는 그 남자의 상고머리가 청년인 듯 보였다. 괜찮아요, 너무 젊은 감각은 지루할거예요 하고 말하는 한 남자가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웃고 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처럼 보이질 않았다. 늙다란 나이를 속이는 법을 셈하는 중이다. 세월 사이로 나이를 에누리하는 중이다. 될까?
- 유민자, 라온하제. '나이 에누리' 중에서 -
문득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거리의 유리에 비친 내가, 햇살에 고스란히 주름을 드러내는 내가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도 젊음을 누려왔고, 세월의 순간순간마다 얻은 많은 즐거움과 행복이 있음을 압니다. 지금 이 나이 속에 숨은 기쁨과 행복은 결코 에누리 될 수 없는 귀한 것임을 압니다.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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