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3인의 이야기
박재희
권세를 빌어 으스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반사인 듯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교만한 사람이 어떤 사람일 것 같습니까? 돈이 많은 부자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은 의외로 교만함이 적다고 합니다. 힘 있고 돈이 많은 그들이기에 거기서 교만하기까지 하면 잃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들보다 더 교만한 사람들은 그들의 측근이나 주변사람들일 겁니다. 비서나 운전기사 심지어 그 집의 가정부까지도 자신이 모시는 사람의 그 권세를 빌어 으스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반사인 듯싶습니다.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라고 하는 나라의 명재상이었던 안영을 모시던 마부 역시 이런 유형의 사람이었습니다. 마차 뒤에 주인인 안영을 모시고 거리를 나갈 때 모든 백성들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것을 보고 그 마부는 마치 자신에게 그들이 인사하는 것이라고 착각한 겁니다. 그럴수록 그 마부의 어깨는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그 마부의 교만함은 더욱 거세어져만 갔습니다. 사실 그는 뒤에 앉아 있는 안영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훨씬 잘생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마부의 부인은 문틈을 통해서 의기양양하게 말을 모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슬픔에 빠져 버립니다. 저녁 때 마부가 집으로 돌아오니 그 부인은 남편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모시는 그 안자는 몸은 제나라 재상의 높은 신분이며 그의 이름은 이웃 제우들에게 떨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태도를 보면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며 겸손해 하십니다. 그런데 당신은 한낮 마부의 지위에 있으면서 그렇게 교만하게 처신하니 이것이 제가 당신을 떠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아내의 말에 충격을 받은 그 마부, 스스로를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교만함을 보이지 않겠다고 부인에게 다짐하였습니다. 그날부터 그 마부는 자신의 몸을 낮추고 겸손하게 인생을 살았는데요, 평소와 달라진 마부의 모습을 본 안자는 그 이유를 물었고 마부는 집에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대답하였습니다. 그래서 안자는 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의 교만함을 접은 마부를 기특하게 여겨서 대부라는 벼슬을 천거하였죠.
이 이야기는 중국의 역사를 간략하게 역은 사가에 나오는 기사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 속에서 위대한 인물 세 명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는 마부입니다. 현명한 아내의 올바른 충고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고치는 마부의 용기는 그 어느 사람들의 용기보다도 훌륭합니다. 사람은 모두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용기에 있죠. 공자도 논어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일에 두려워하지 말라,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고 강조하였듯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줄 알았던 그 마부는 이제 더 이상 천하고 교만한 마부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위대한 인물은 마부의 직장 상사였던 안자입니다. 그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부하의 변화를 인정해 줄줄 알았던 그런 직장상사였죠. 어제까지만 해도 으스대는 그 마부를 바라보며 역시 마부의 위치밖에 못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고, 또 용기 있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오늘의 마부를 보면서 그에게 대부의 직책을 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던, 직장상사 안자의 부하를 바라보는 그 안목 말입니다. 정말 위대한 리더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아마도 마부의 아내일 것입니다. 현명한 아내가 위대한 남편을 만든다고 하지 않습니까? 남편에게 옳은 길이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 주었던 아내의 용기는 어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용기였습니다. 남편의 부정을 알면서 눈 감거나 조장하는 부인들은 그들의 행동이 결국 남편을 저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겁니다.
비록 춘추말기 그 혼란의 시기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세상을 사는 다양한 모습들이지만 결코 우리의 현실과 그리 멀어 보이지 않습니다.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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