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 위에서

나에게는 마음이 없습니다.
차가움도, 따뜻함도 없지요.

바람에 흔들릴 그 무엇도 없습니다.
모두 나에게서 떠났기 때문입니다.

아니 내가 떠나보냈는지도 모릅니다.
고통스러워 말고 훌훌 떠나라고.

나의 본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그래도 슬프지 않아요.

지난날들 그립고, 되돌리고 싶어도
지금 여기 홀로 있습니다.

내 모습이 초라할 지라도 어쩌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누군가 내 안에 깊은 사랑의 뿌리가
함께 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홀로 선 커다란 나무를 만났습니다. 자연의 이치를 순응하며, 온 몸으로 자기 있을 곳을 홀로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묘한 감동과 위로를 얻었어요. 흔들릴 때 흔들리더라도 늘 함께 하는 깊은 뿌리의 사랑을요. 어쩌면 저의 내면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에 뿌리 내리고 있을 그 무엇을 위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이원주 님, '길 위에서' -


사색의향기님(culppy@culppy.org)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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