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움직이는 부하
진실한 감동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리더는 덕을 베풀어 부하를 움직이게 하고, 충정어린 부하는 감동으로 리더를 움직이게 만든다. 리더와 부하는 상하관계 이전에 감동의 교류로 만나는 진실한 인간관계여야 한다.
중국 한(漢)나라 때의 장수 번쾌(樊噲)는 원래 패현(沛縣) 출신으로 개를 도살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았던 사람이다.
진승(陳勝)이 진나라에 반기를 들고 군사를 일으켰을 때 패현의 현령은 번쾌를 시켜 산속에 숨어 있는 유방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러나 유방을 따르는 세력들이 범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현령은 성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번쾌는 현령의 배반에 분노를 느꼈다. 그는 유방을 따르던 무리들과 함께 패성을 공략하였다.
패현을 공략하고 나서 유방이 패공(沛公)의 지위에 오르자, 번쾌는 그때부터 그의 가신이 되어 수족처럼 따라다녔다.
유방이 복양(濮陽)에서 진나라 장한의 군사를 공격할 때, 번쾌는 가장 먼저 성 위로 올라가 적의 수급 23개를 베었다. 그는 계속 유방을 따라 성양(城陽)․호유(戶牖)․성무(成武)․하간(河間)․개봉(開封)․곡우(曲遇)․완릉(宛陵)․장사(長社)․환원(轘轅)․양성(陽城)․무관(武關) 등의 전투에서 선봉장으로 가장 먼저 성루로 올라가 적을 베어 넘겼으며, 그가 단독으로 적의 수급을 베거나 사로잡은 포로들만 해도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번쾌는 유방의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전투에 임했다. 따라서 그 용맹은 유방의 휘하 장수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였다.
항우가 홍문(鴻門)의 연회석상에서 범증(范增)과 함께 유방을 죽이려는 계략을 꾸며 휘하 장수로 하여금 칼춤을 추게 하였을 때, 번쾌는 철퇴를 든 채 불같이 연회석상으로 들어가 항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때 번쾌는 항우가 주는 술을 단숨에 비운 뒤 돼지 어깻죽지 한 짝이 안주로 나오자, 그 날고기를 칼로 썩썩 썰어 삽시간에 말끔히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항우를 향해 다음과 같이 큰소리로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미리 알아두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우리 패공께서는 먼저 관중에 들어가 함양을 평정하고 패상으로 군대를 물려 노숙시키면서 대왕의 군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소인배의 말만 듣고 패공을 의심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런 일로 인하여 천하가 분열되고, 사람들이 대왕을 믿지 못할 분으로 생각할까 그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그때 항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유방은 그 틈을 타서 변소에 가는 척 연회석을 빠져 나왔다. 번쾌는 곧 그 뒤를 따라 유방을 호위하며 패상에 있는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다.
만약 그때 번쾌의 용맹스런 배짱이 아니었다면 유방은 칼춤을 추던 항우의 휘하 장수에게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항우가 유방을 한(漢)나라 왕으로 삼았을 때, 유방은 번쾌에게 열후(列侯)의 작위를 주었다.
그 이후 번쾌는 유방이 항우와 싸울 때에도 여전히 선봉장으로 성루에 가장 먼저 올라갔으며, 양하(陽夏) 전투에서는 초나라 주장군(周將軍)의 병사 4천여 명을 생포하기도 하였다.
항우가 죽고 나서 유방은 황제가 되었다. 한신이 모반을 꾀하려 했을 때, 번쾌는 한신을 체포하고 초나라 땅을 평정하였다. 한고조는 공을 세운 번쾌에게 식읍으로 무양(舞陽) 땅을 주었는데, 이때부터 그를 무양후(舞陽侯)라 불렀다.
한고조는 번쾌에게 자신의 처제인 여수(呂須)를 시집보냈다. 따라서 두 사람은 동서지간이 된 것이었다. 번쾌는 드디어 좌승상의 자리에까지 올라갔다.
경포(黥布)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한고조는 심한 우울병에 시달렸다. 그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누워 지냈다. 경비병들에게 명령을 내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신하들은 감히 황제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갔을 때 참다못한 번쾌가 경비병들을 밀치고 황제의 처소로 들이닥쳤다. 그때서야 다른 대신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때 한고조는 환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번쾌는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옛날 폐하께서 저희들과 함께 패현에서 일어나 천하를 평정할 때에는 그 얼마나 혈기가 왕성하였습니까? 지금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는데 어찌하여 그토록 누워만 계십니까? 폐하께서 병으로 누워계시니 대신들이 몹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저희들과 일을 논의하지 않으시고 어찌하여 홀로 일개 환관만 상대하시다가 운명하려고 하십니까? 아니, 폐하께서는 저 진나라를 파멸시킨 환관 조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그러자 한고조가 웃으며 일어났다.
“그대 같은 천하대장부가 울 때도 다 있구려.”
한고조는 번쾌의 눈물어린 충정에 감동하여 병상을 털고 일어난 것이었다.
한고조 유방과 번쾌는 서로 동서지간이기는 하지만, 혈연보다 더 뜨거운 정으로 결합된 관계였다. 무엇이 그들을 그처럼 단단한 고리로 묶어주었을까. 그것은 리더의 덕과 부하의 충정이 ‘감동’이라는 인간적 믿음으로 맺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하의 충정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받은 글입니다.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감동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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