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의 재발견, 핸드폰에 묻은 개기름 '킬러'

무더위라 얼굴에서 나오는 개기름이 핸드폰 표면과 액정화면에 묻어 지저분해지면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심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요즘 같이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회사원 김영은 씨(여.25)는 언제나 새것 같이 깨끗한 핸드폰을 가지고 다닌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김 씨는 개기름으로 액정화면이 지저분해지면 술자리에서 먹다 남은 소주로 핸드폰을 관리한다. 부드러운 휴지에 소주를 조금 묻혀 핸드폰에 묻은 개기름을 싹싹 닦아낸다. 핸드폰은 금세 새것처럼 윤이 난다. 김 씨는 휴대폰 전문점을 찾아가서 일부러 세척을 받지 않아도, 전자기기 세정제를 따로 구입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휴대폰을 관리한다.

소주로 핸드폰에 묻은 개기름을 깨끗이 닦을 수 있는 것은 소주에는 알코올의 한 종류인 에탄올(에틸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애경중앙연구소에서 세제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주오연 선임연구원은 “소주에는 에탄올이 20% 정도 들어 있다”며 “에탄올은 기름을 작은 덩어리로 분해해서 기름을 용해시키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소주가 효과적인 유기 용매제 역할을 해 핸드폰에 묻은 기름을 닦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물보다 소주를 이용하면 기름이 잘 닦이는 것은 표면장력(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수축하여 가능한 한 작은 면적을 취하려는 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에탄올의 표면장력은 물보다 낮아 에탄올이 물보다 기름의 표면 장력을 보다 쉽게 낮춰 잘 분해되도록 한다. 소주 외에 에탄올이 함유된 양주 고량주 등 다른 술도 기름기 제거에 사용할 수 있으며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효과가 높다.

기름을 용해시키는 소주는 고깃집에서도 유용하다. 고깃집에서 불판을 갈아주는 대신 투명한 액체를 붓거나 뿌리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때 사용되는 것도 소주다.

“예전에는 고깃집에서 불판을 자주 갈아줘야 했어요. 또 기름이 흥건한 불판을 씻기 위해 세제도 강한 것을 썼죠. 쇠고기 기름은 정말이지 잘 닦이지 않거든요. 소주로 불판을 닦으면 효과적이라는 소문을 듣고 1년 전부터 손님들이 남기고 간 소주를 이용했어요. 그랬더니 효과도 좋고 방법도 간편해 졌어요”

고깃집에서 10여 년간 일해왔다는 한 50대 아주머니는 불판 닦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고깃집에서는 기름이 덕지덕지 묻은 불판을 씻는 일이 가장 힘든 작업 중 하나다.

손님들이 마시다 남긴 소주로 기름을 닦으면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독한 세제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며, 하수도에 흘려보내는 기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공학연구과 김신조 연구관은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름을 물로 씻어 하수도로 배출해서는 안돼요. 휴지로 닦아 처리해야 좋습니다. 하천으로 흘러간 기름을 완전히 분해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휴지로 닦아내는 것이 번거로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하지 않아요. 불판 등의 기름을 제거할 때 소주를 뿌린 뒤 휴지로 닦아내는 것은 수질오염을 줄 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관은 또 “실제로 쉽고 간편해 많은 사람들이 시도할 수 있으며 빠르게 닦여 물도 절약하고 수도요금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소주회사 관계자는 “소주는 강력한 살균효과는 없지만 미생물의 성장을 막는다”며 “술자리에서 소주를 냅킨에 약간 묻혀 테이블을 닦고 그 위에 수저를 올려놓으면 좀 더 깨끗하고 위생적인 술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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