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수식어"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입니다.’
그런 팻말을 목에 걸고 프랑스 파리의 미라보 다리 위에서 한 장님 걸인이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곁을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그 걸인에게 당신이 이렇게 해서 구걸하는 액수가 하루에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걸인은 침통한 목소리로 겨우 10프랑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소리에 행인은 고개를 끄덕이곤 걸인의 목에 걸려있는 팻말을 뒤집어 놓으며 다른 어떤 말을 적어놓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한달 후, 그 행인이 그 곳에 다시 나타났을 때 걸인은 행인의 손을 붙잡고 감격해 하며 물었습니다.
“ 참으로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다녀가신 뒤 요사이는 50프랑까지 수입이 오르니 대체 어떻게 된 연유인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글을 써놓았기에 이런 놀라운 일이 생기는 겁니까?“
그러자 행인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별다른 게 아닙니다. 원래 당신의 팻말에 써 있는 글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입니다.’ 라는 말 대신에 ‘봄이 오건만 저는 그것을 볼 수 없답니다.’ 라고 써 놓았을 뿐이죠.”
이 이야기는 우리가 쓰는 말 한마디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준 프랑스의 시인인 로제 카이유의 말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 이란 무미건조한 말만 가지고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않았지만, 같은 의미지만 거기에 좀더 아름다운 상상의 날개를 달아줌으로써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할 수가 있었던 겁니다. 이왕이면 우리도 살아가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수식어를 하나씩 달아주면 어떻겠습니까? 같은 말, 같은 생활이라도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주면 보다 맛깔스럽고 정감어린 생활을 할 수가 있을 텐데요.
월간 '좋은생각'에서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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